[OSEN=도쿄(일본), 조형래 기자] 한국 대표 ‘땅꾼’의 명성에 금이 갔다. 사구로 출루를 허용했고 뜬공과 홈런으로 실점하면서 초반 경기 흐름을 어렵게 했다. 장점이 아닌 단점이 두드러지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고영표는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사구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대표팀은 7-8로 패했다.
고영표는 이강철 감독이 꽁꽁 숨겨둔 1차전 선발 투수였다. 미리 준비는 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끝까지 함구하며 호주전 필승 의지를 다졌다. 이 감독은 경기 전 “3이닝 정도 막아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고영표도 이날 순조로운 출발로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려고 했지만 초반 순조로운 출발을 뒤로하고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고영표는 회심의 카드였다. 장타력 좋은 호주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KBO리그 규정이닝 투수들 가운데 가장 땅볼 비율이 높은(1.86) 고영표는 최적의 선발 투수라고 판단했다. 땅볼만 유도할 수 있다면 내야진을 믿고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땅볼이 아닌 뜬공과 홈런, 그리고 사구로 출루를 허용하면서 분위기를 놓쳤다. 고영표는 땅볼을 잘 유도하는 투수이기도 했지만 사구를 많이 내준 투수이기도 했다. 지난해 16개의 사구로 찰리 반즈(롯데⋅ 18개)에 이어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구를 내준 투수이기도 했다.
1회는 순식간에 끝났다. 1회 선두타자 팀 케넬리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 2번 타자 알렉스 홀 역시 초구에 유격수땅볼로 돌려세웠다. 2구 만에 2아웃.
3번 타자 로비 글렌디닝은 초구를 지켜봤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그리고 2구 째를 건드렸지만 2루수 토미 현수 에드먼에게 향했다. 3아웃이 공 4개로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2회 선두타자 대릴 조지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보냈다. 후속 애런 화이트필드는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릭슨윙그로브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로건 웨이드를 삼진, 로비 퍼킨스를 3루수 땅볼로 처리, 위기를 극복했다. 3루수 최정이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지만 후속 동작이 빨랐다.
3회에도 선두타자 보자르스키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케넬리를 삼진, 홀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워 1루 선행주자를 잡았다. 2아웃 이후 글렌디닝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3회까지 마쳤다.
4회에도 선두타자 조지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화이트필드에게 번트안타를 허용했다. 화이트필드가 3루수 최정이 전진하는 것을 보고 기술적으로 번트를 쳐내면서 고영표를 당황하게 했다. 무사 1,2루 위기. 후속 윙그로브에게도 볼넷을 허용,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웨이드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선제 실점했다. 그러나 퍼킨스를 2루수 유격수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대량 실점 위기를 최소화했다.
5회 선두타자 보자르스키는 직선타로 직접 처리했다. 그러나 후속 케넬리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고영표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비록 원태인이 마운드를 이어받고 접전의 경기를 펼쳤다. 양의지의 역전 3점포가 터지면서 3-2로 역전했다. 박병호의 적시 2루타로 앞서 나갔지만 김원중이 재역전 3점포를 맞았고 양현종이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3점포를 또한 방 얻어맞으면서 완패와 마주했다. 한국의 8강행에는 먹구름이 그리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