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가 필요한데 트레이드 안돼나?".
지난 3월 초 일본 오키나와 캠프 실전이 벌어진 킨베이스볼스타디움. 홈팀 KIA타이거즈의 대기 타석에서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를 보고 원정팀 관계자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선수인데 트레이드 안될까?"라며 자문했다. 바로 외야수 김호령(30)이었다.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력은 정평이 나있다. 리그에서 톱클래스 수준이다.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할 수비력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빠른 주력을 이용한 폭넓은 수비범위, 방망이에 맞는 순간 포구 지점으로 치타처럼 달리는 본능이 뛰어나다. 안타나 득점타를 지워주니 투수들이 가장 믿음직하게 여기는 외야수이다.
발이 빨라 도루 능력도 있고, '원히트 투베이스'는 기본이다. 하늘은 타격능력을 주지 않았다. 타격이 뒷받침됐다면 진작 풀타임 주전이 됐을 것이다. 풀타임은 2016시즌 한 번 뿐이었다. 2017년부터는 200타석을 넘기지 못했다. 통산타율 2할4푼5리. 타격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김호령이 입단한 이후 모든 감독들은 중하게 여긴다. 부상 때문에 간혹 빠지지만 아프지 않으면 1군 엔트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주전은 아니지만 벤치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슈퍼백업이었다. 트레이드 대상 명단에서 들어갈 수 없는 존재였다. 수 차례 트레이드를 요청도 받았을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 실전에서 김호령을 꾸준히 선발라인업에 넣었다.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김호령을 센터라인에 포진해놓고 좌우 코너 외야는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기용하겠다는 의중이 읽혔다. 수비로 본다면 최강의 외야 라인업이다. 리드하는 경기 후반의 외야 그림이다.
김호령이 타격이 되면 금상첨화이다. 오키나와 5경기에서 20타수 6안타 3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타율 3할, 2루타는 2개를 터트렸다. 타구도 강해지고 타석에서 대응력도 좋았다. 4월30일이면 만 31살이 된다. 프로선수로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시기이다. 과연 트레이드 불가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할까? 김종국 감독도 다시 한번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