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실책하면 그건 실력이죠.”
김민재 한국 대표팀 수비코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결전 장소인 도쿄돔의 잔디 상태를 설명한 말이다. 도쿄돔의 인조잔디가 비교적 긴 편이기에 타구가 느리게 굴러가서 내야수들이 수비하기에 용이한 환경이라는 것. 김민재 코치는 “바운드가 안 튀고 죽어서 온다. 핑계를 대면 안된다”라고 내야 상태를 강조했다.
대표팀은 지난 6~7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즈, 한신 타이거즈와의 공식 평가전에서 교세라돔 잔디에 호되게 당했다. 특히 오릭스전 ‘수비 도사’라고 불리는 오지환, 김하성이 실책을 범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튿날 한신전에서 곧장 적응했지만 ‘단기전=수비’라는 인식 때문에 향후 도쿄돔에서 열리는 본선라운드를 향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민재 코치는 수비에 어려움이 없는 구장이라고 강조했고 도쿄돔 잔디를 많이 겪어본 김하성도 “도쿄돔은 교세라돔보다는 타구가 더 소프트하고 약간 깔리는 바운드들이 있다. 수비하기에는 도쿄돔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자신감을 이제는 실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호주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부터 선수단까지 모두 “첫 경기가 중요하고 호주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단 전체의 일치단결된 목표다.
호주전을 위해서 대표팀은 꽁꽁 싸맸던 선발 투수로 고영표를 예고했다. 패스트볼에 강점을 갖고 있는 호주 타자들의 강점을 무력화 하기 위해 리그 대표 땅볼 투수인 고영표를 일찌감치 낙점하고 준비를 시켰다. 또한 공기부양식 돔구장으로 상승기류 때문에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도쿄돔의 특성도 고려했다.
고영표의 강점인 땅볼 유도 능력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지난해 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땅볼/뜬공 비율이 가장 높은 투수였다(1.86).
하지만 때로는 내야를 뚫을 수 있는 강한 땅볼 타구를 허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고척돔이 땅볼이 내야에 갇힐 확률을 더 높여준다. ‘땅꾼’ 고영표에게는 최적화 된 구장이 도쿄돔이다.
고영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땅볼 타구들을 많이 유도하는 게 최고다. 그리고 고영표의 뒤에는 현재 최상위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격수 김하성, 2루수 토미 현수 에드먼이 센터라인에 버티고 있다. 양 코너에도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3루수 최정, 1루수 박병호가 버티고 있다.
도쿄돔 잔디와 고영표의 강점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한국에 최상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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