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 효과가 벌써부터 곳곳에 나타난다. 한화 이글스에 승리 DNA가 심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겨울 FA 큰손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시장이 열린 뒤 2주도 되지 않아 외야수 채은성(33), 투수 이태양(33), 내야수 오선진(34)을 잇따라 영입하며 폭풍 같은 11월을 보냈다. 외부 FA 영입 한도를 채운 뒤에도 시장에 눈을 떼지 않은 한화는 2월 중순 사인&트레이드로 외야수 이명기(36)까지 영입했다. 이명기는 트레이드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 FA 4명 영입에 성공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FA로 영입한 선수들 모두 포스트시즌에 자주 나가거나 우승한 팀에서 왔다. 이길 줄 아는 선수들이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며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많은 경험을 한 우리 젊은 선수들과 융화되면서 팀이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선수들 모두 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는 3년 전 전면적인 리빌딩 시작 과정에서 고참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팀이 흔들릴 때 분위기를 다잡아줄 고참이 부족했고,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이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3년 연속 최하위로 패배 의식에 잠식된 상황에서 승리 DNA가 있는 베테랑들을 FA로 대거 영입했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달라진 분위기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도 “새로운 베테랑들이 오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 규율적인 부분도 잘 잡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야수 조장을 맡은 채은성은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추가 훈련을 자청해 손혁 단장을 흐뭇하게 했다. LG 시절 FA로 온 김현수를 보고 배운 그대로 노시환에게 맨투맨으로 훈련 루틴을 전수했다. 노시환은 “은성 선배님에게 훈련 방법이나 마음가짐에 있어 새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스트레칭을 루틴에 포함했고, 훈련 후 정리정돈 같은 작은 행동 습관부터 바뀌었다. 체중을 6~7kg 뺀 노시환은 캠프에서만 홈런 3개를 몰아쳤다.
트레이드로 떠나 2년 반 만에 한화에 돌아온 이태양도 투수 조장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됐다. 캠프 초반 “5분 일찍 야구장에 나오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정해진 훈련 시간에 맞추지 않고 미리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게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태양과 절친한 후배 투수 김범수는 “원래도 열심히 하고, 야구에 대한 생각이 깊었던 선배였는데 SSG에서 우승을 하고 와서 그런지 더 진지하게 바뀌었다”며 이태양을 따라 투수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역시 트레이드로 떠난 지 1년 반 만에 한화에 복귀한 오선진도 한층 성숙해졌다. 야수 중 최고참인 그는 포지션 경쟁자인 후배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동반 성장을 꾀한다. 19살 신인 문현빈을 두고서도 “신인이지만 야구에 임하는 자세는 그 나이답지 않게 정말 좋다. 자기 것이 잘 정립된 친구”라면서 “(박)정현이도 갖고 있는 능력이 정말 좋다. 좋은 후배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많이 보고 배운다”며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좋은 대우를 받고 FA로 왔기에 책임감도 크다. 채은성은 “FA로 많이 받았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야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고참으로서 역할도 잘해야 한다. 내가 하지 않는 것을 후배들에게 강요하면 통하지 않는다. 나부터 한 발 더 움직이고, 공 하나라도 더 주우면서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태양 역시 “한화가 나를 좋은 계약에 다시 데려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탈꼴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거 하려고 야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그 이상 욕심내며 바라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노력해야 팀이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선진도 “한화만의 색깔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루아침에 모두가 변할 순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뒤늦게 계약해 1군이 아닌 퓨처스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이명기는 존재 자체만으로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는 ‘메기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년간 (기존 선수들이) 충분한 기회를 받았다. 이제는 스스로 경쟁해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노수광, 장진혁, 이진영 등 외야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는 캠프 평가전 7경기를 5승1패1무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FA 영입 효과로 훨씬 치열해진 내부 경쟁 속에 이기는 습관까지 들이며 뜨거운 봄을 보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