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내야수비로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약속의 땅’이 되어야 하는 도쿄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한국의 강철 내야진이 기다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WBC 공식 평가전에서 7-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오사카에서 열린 마지막 모의고사를 무사히 끝냈다.
대표팀은 전날(6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즈와의 1차 평가전에서 오지환 2개, 김하성 1개 등 실책 3개로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주전 3루수를 맡아야 할 최정이 컨디션 난조로 SSG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결장했고 오릭스 평가전에서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이 각각 유격수와 2루수를 책임지는 완전체 내야진을 아직 제대로 가동해보지 못했다.
고영표, 박세웅, 정우영, 정철원, 이용찬 등 리그 대표 ‘땅볼러’들로 구성된 투수진이기에 내야진의 수비가 더욱 즁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무더기 실책은 당연히 불안감의 급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정의 컨디션이 회복됐고 김하성이 유격수로 복귀하면서 비로소 완전체 내야진으로 경기를 치렀다. 이제 전날의 수비 불안은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날 김하성과 최정 등의 송구 자체가 완벽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책은 나오지 않았고 아웃카운트가 추가됐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그 이후의 자신감과 안정감은 따라올 수 있다. 무엇보다 여유를 되찾았다.
2루수 에드먼은 걱정이 없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핸들링으로 빠른 타구, 느린 타구 모두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면서 처리했다.
김하성도 유격수 자리에서 전날과 달리 페이스를 되찾았다. 교세라돔을 낯설어 했던 김하성이었지만 하루 만에 적응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했다. 6회말 하라구치의 중전안타성 강한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냈다. 7회말에도 선두타자 사카모토의 3-유간 깊숙한 타구를 쫓아간 뒤 1루에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까지 해내며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아울러 8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는 김원중이 유도한 병살타성 타구를 백업 멤버들인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김혜성이 안전하게 처리하며 대량실점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이끌었다.
교세라돔은 리허설의 장소일 뿐이었다. 리허설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도쿄돔에서 열릴 실전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시행착오도 더 이상 없었다. 이제는 수비 불안을 떨치고 완벽하게 재정비한 수비진을 갖추고 본선라운드를 치른다. 무엇보다 도쿄돔은 일본 선수들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다. 어려움 보다는 자신감이 가득찰 그라운드다.
대표팀 내야의 핵심인 김하성은 도쿄돔에서 많은 경기를 치러봤다. 그는 “도쿄돔은 교세라돔보다는 타구가 더 소프트하고 약간 깔리는 바운드들이 있다. 수비하기에는 도쿄돔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하성의 주도 하에 내야진 모두에게 전파가 됐을 ‘도쿄돔 수비 매뉴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 장인인 김하성의 노하우가 있기에 도쿄돔에서는 앞서 보여준 수비 불안의 수치를 자신감으로 치환시켜서 바라봐도 문제가 없다. 한국 수비진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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