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콘서트 같았다. 일본 WBC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틱한 '야구 콘서트'.
일본 WBC 대표팀은 6~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일본프로야구 팀 한신, 오릭스와 잇따라 2023 WBC 공식 평가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MVP 출신의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에 합류한 뒤 6일 한신전에 처음으로 실전 경기에 출장했다. 오타니의 대표팀 평가전 무대는 완벽했다.
일본 매체는 오타니의 평가전 출전을 앞두고, 오타니가 1974일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장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2017시즌까지 니혼햄에서 뛴 오타니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로 진출했다.
오타니가 경기 전 배팅 훈련부터 관심 집중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오타니의 스윙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바빴다. 홈런 타구가 나오면 감탄의 환호성이 크게 메아리쳤다.
오타니는 5차례 배팅케이지에 들어서 배팅볼을 쳤고, 총 24차례 타격에서 6개의 홈런 타구를 날렸다. 우측 외야석 상단 3층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 타구에는 관중들의 탄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이는 이후 복선이기도 했다.
배팅 훈련을 마친 오타니는 동료들과 라커룸으로 들어갔다가, 경기 시작 20분전 쯤에 홀로 그라운드에 나왔다. 일본 팬들은 오타니 이름을 연호하며 반겼다.
오타니의 가볍게 몸을 풀다가 갑자기 3루측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팬들이 펜스쪽으로 몰려들었고, 오타니는 사인을 해주기 시작했다. 경기 직전에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평가전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오타니의 팬서비스 인성도 엿보인 장면이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오타니는 나홀로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만의 경기 직전 ‘루틴’으로 보였다. 3루 파울라인에서 외야 가운데까지 러닝을 하고, 팔 다리 운동을 하고 자신만의 워밍업을 했다. 일본 대표팀의 다른 동료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넓은 외야에 오타니 혼자서 몸을 풀었다.
관중들은 그라운드 위의 오타니 한 명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교세라돔 외야의 대형 전광판에는 오타니의 워밍업, 팬 사인, 러닝 등 오타니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잡아줬다.
평가전에서 오타니는 ‘야구 천재’, ‘괴력’이라는 표현도 모자랐다. 6일 한신전에서 첫 타석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2번째 타석에서는 왼 무릎을 꿇은 채 타격을 하고서 한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3번째 타석에서도 주자 2명을 두고 중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연타석 3점포. 3타수 2홈런 6타점 원맨쇼 이후 교체됐다.
7일 오릭스와의 평가전에서도 오타니는 좋은 활약을 했다. 첫 타석 안타로 출루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다. 이후 교체.
평가전 2경기에서 4타수 3안타(타율 .750) 2홈런 1볼넷 1삼진 출루율 .800, 장타율 2.250, OPS 3.050의 괴력을 발휘했다. 오타니는 첫 홈런을 친 후에는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 걱정스럽다. 100% 컨디션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오타니는 6일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 인터뷰를 했다. 팬들에게 “대표팀을 위해 더 큰 응원을 보내달라”고 말하자, 관중들은 커다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한편 교세라돔을 찾은 관중은 6일에 3만 3460명, 7일에 3만 3357명이었다. 두 경기 모두 매진이었다. 이틀 동안 6만 6817명이 찾아 오타니의 ‘야구 콘서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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