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 그 꿈이 ‘80억 포수’ 유강남(31)과 함께라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유강남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팀을 바꿔 시즌을 준비한 소감을 전했다. 2011 LG 7라운드 50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유강남은 작년 11월 정든 LG를 떠나 롯데와 4년 총액 80억 원에 FA 계약했다.
유강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똑같이 준비했다. 어느 팀을 가든 캠프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물론 팀 문화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다 비슷했다. 그 안에서 최대한 잘 준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팀 적응과 관련해서도 “조금 있으니까 금방 적응이 되더라. 새로운 선수들과 친해지는 재미가 있었다. 잘 몰랐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밥도 많이 먹었다”라며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시즌 치르면서 계속 가까운 사이로 지내고 싶다”라고 롯데에 금세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팀을 옮긴 만큼 이번 캠프에서는 포수로서 롯데 투수들의 특성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강남은 “롯데 투수진을 먼저 생각했다. 투수가 경기를 안 나가는 날에도 뒤에서 많은 부분을 체크했다. 이 투수가 어떤 공을 잘 던지고, 어떤 구종을 갖고 경기를 운영하는지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그 결과 롯데에도 LG 못지않게 미래가 창창한 투수들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유강남은 “공을 받아보니 가능성 있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다. 내가 잘 몰랐던 선수들의 공도 좋았다”라며 “박세웅의 공만 받아보지 못했는데 많이 쳐봤기 때문에 장단점을 알고 있다. 선수의 성향만 조금 파악하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루저지율이 17.3%에 그쳤던 유강남은 괌과 오키나와에서 최경철 배터리코치와 2루 송구를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그는 “2루까지 강한 송구를 할 수 있게끔 짧은 동작 안에서 코치님이 추구하시는 방향대로 훈련을 진행했다. 원래는 내가 뒤로 빠져 있었는데 추진력을 2루 방향 쪽으로 옮겼다”라며 “훈련을 해보니 많은 힘을 쓰지 않아도 공이 2루까지 잘 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2루 송구 능력을 향상시킨 유강남은 자연스럽게 옛 동료 오지환을 2루에서 잡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오지환은 스프링캠프서 “유강남 상대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면 홈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겠다”라고 선전포고를 한 터.
유강남은 “(오)지환이 형이 세리머니를 한다고 했는데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기를 떠나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못 잡으면 평생 놀림감이 되니까 창피할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유강남은 오지환과 더불어 친정 LG를 만나 그 어떤 경기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LG전에서는 프레이밍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친할수록 더 해야 한다”라고 웃으며 “이적생 형들에게 물어보면 친정을 만나면 뭔가 끌어 오르는 게 있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것보다 팀이 이기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또 어련히 알아서 뭔가가 끌어오를 것 같다”라고 밝혔다.
롯데에서의 목표는 가을야구 진출이다. 80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만큼 팀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는 데 큰 일조를 하고 싶다.
유강남은 “목표와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진다면 롯데가 충분히 5강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선수들 또한 그런 과감한 생각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FA 계약을 했다는 부담은 없다. 똑같은 선수들이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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