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번째 도쿄돔 무대다. 앞선 2번째 도쿄돔 무대는 다르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은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더 성장해서 다시 찾았다. 메이저리그 도전도 성공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제 도쿄돔 정복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목표 달성을 위한 선봉장에 섰다.
김하성에게 도쿄돔은 좌절의 역사와 함께한 장소다. 2017년 3월에 열린 4회 WBC에서 첫 대표팀에 뽑힌 김하성이었다. 그러나 고척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에 충격패를 당했고 결국 2라운드가 열릴 예정이던 도쿄돔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 만 23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처음으로 도쿄돔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김하성은 타율 2할7푼3리(11타수 3안타)에 1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 1개가 한일전에 나왔던 홈런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김하성의 분전에도 한국은 APBC 한일전에서 모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하성의 첫 번째 도쿄돔 좌절이었다.
2019년 이번에는 성인 대표팀 무대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됐고 주전 유격수로 대회를 소화하면서 대회 베스트 11에 뽑혔다. 대회 최고 유격수였던 셈이다. 8경기 타율 3할3푼3리(27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 홈런 역시 결승에서 성사된 한일전에서 뽑아낸 홈런이었다. 하지만 APBC 대회와 같은 결말이었다. 결승전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하성 개인적으로는 국가대표로서 최고의 결과를 얻었지만 팀적으로는 좌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김하성의 표정은 당시에도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WBC 대회로 찾게 되는 김하성의 위상은 이전과 다르다. 이전에는 대표팀의 세대교체 기수 정도의 선수 정도였다면 이제는 대표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그 사이 김하성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수비력을 인정 받고 공격력까지 준수한 유격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최종후보까지 오른 것은 김하성의 위상을 설명해준다.
'빅리거'가 되고 다시 찾게 되는 도쿄돔이다. 김하성은 지난 6~7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오릭스, 한신과 가진 공식 평가전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서며 실전 감각을 찾았고 결전의 땅인 도쿄로 입성했다.
땅볼 투수들이 많은 현재 대표팀 투수진 상황에서 '내야 사령관' 김하성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내야진에서 김하성만큼 도쿄돔 잔디에서 많은 타구를 받아본 내야수도 없다. 누구보다 도쿄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김하성은 자신감이 넘친다. 김하성은 지난 7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과의 공식 평가전이 끝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여기(교세라돔)는 조금 더 빠르게 오고, 바운드가 길다. 스핀도 많이 먹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도 적응하니까 괜찮은 것 같았다"라면서도 "하지만 도쿄돔은 여기보다는 또 타구가 더 소프트하고 약간 깔리는 바운드들이 있다. 수비하기에는 도쿄돔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토미 현수 에드먼이라는 골드글러브 출신의 키스톤 파트너를 맞이했고 최정, 박병호는 국내에서 양 코너 내야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선수들로 정평이 나 있다. '플랜A' 내야진이 처음 가동이 됐다. 그는 "에드먼 선수, (최)정이 형, (박)병호 선배도 있지만 내야수들은 확실히 좋다고 생각한다. 본선에서 아웃카운트를 우리들이 확실하게 잡아낸다면 투수들에게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본선을 앞둔 마지막 실전에서 김하성은 형들과 의기투합을 했고 도쿄돔에서 아픔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진지한 발걸음을 한다. 그는 "평가전이지만 한 경기를 졌고 이제는 '이기고 도쿄로 가자'고 했다. (김)현수 형, 병호 선배, 그리고 어린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합심해서 승리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과연 김하성은 도쿄돔에서의 과거를 지우고 승리의 기억을 남긴 채 대표팀이 목표로 하는 4강전이 열리는 마이애미로 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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