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절합니다."
김현수(35)가 약 10년 간 도맡아 온 '국제용 타자'라는 별명을 이어줄 후계자가 등장했다. 도쿄올림픽에 이은 두 번째 국제 대회. 김혜성(25)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이 순간이 너무도 간절하다.
김혜성은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WBC 공식 평가전에서 6회 교체 출장해 8회 호쾌한 쐐기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백업 멤버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김혜성은 현재 대표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애리조나 전지훈련부터 고척에서 열린 SSG 2군과의 연습경기까지 총 5경기에서 17타수 11안타 타율 6할4푼7리의 고감도 타격감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김혜성에게 기회를 주는 게 힘들다. 토미 현수 에드먼과 김하성이라는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급 선수가 센터라인에 동시 포진해 있다. 김혜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현재 타격감을 본선라운드까지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백업으로만 두기에는 아까울 수밖에 없다. 김혜성의 적절한 기용이 본선라운드에서 타선 운영에 키포인트가 될 전망.
김혜성은 한신과의 평가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서 현재 타격감에 대해 "사실 뭐 좋고 나쁘고를 얘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냥 열심히, 똑같이 준비했는데 지금 타이밍이 좋은 것 같다. 사이클이란 게 있지 않나. 그 사이클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타격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선발 명단에 들 수 없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 하다. 그러나 자신의 타격감보다 태극마크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먼저 설명했다.
그는 "에드먼이라는 너무 좋은 선수가 있다. 스윙도 좋고 수비도 훌륭하다. 그 선수와 경기에 나가면 서로 좋은 말을 많이 해주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인성이 좋고 착하기 때문에 잘 맞는 것 같다"라며 에드먼의 인성에 엄지를 치켜세운 뒤 "국가대항전은 주전과 백업에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어느 상황에서 나가든지 제가 나가는 상황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성의 두 번째 태극마크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국제대회에 나섰다. 비록 한국은 노메달의 굴욕을 당했지만 김혜성은 끝까지 13타수 8안타 타율 6할1푼5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태극마크를 달면 펄펄 나는 모습에 팬들은 현재 국가대표 캡틴인 김현수를 투영하고 있다. 김현수의 뒤를 잇는 '국제용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팬들이 김혜성의 국제대회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를 이날 대표팀의 평가전 첫 홈런포의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보답했다.
그는 "처음 대표팀이 됐을 때가 어려웠고 두 번째인 이번은 그나마 좀 수월하고 마음이 편하고 여우도 생기는 것 같다"라면서 "(국제용이라는)팬들의 이런 말씀이 감사하다. 하지만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 일본에서 첫 타석이어서 그냥 '공보고 공치기'를 했는데 기분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나는 간절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이 통해서 잘 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날 한신전을 기점으로 잠시 느슨해질 수 있었던 긴장의 끈이 다시 팽팽해졌다. 이제 대회 첫 경기이자 8강행의 분수령인 호주전이다. 그는 "마지막 연습경기였다. 이제 WBC 본선을 시작하는데 확실히 긴장이 되고 집중력도 많이 생기는 좋은 경기였던 것 같다"라면서 도쿄로 향하기 전 결전의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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