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152억 원에 데려왔지만 양의지 한 명만으로 144경기를 치를 순 없다. 양의지의 체력을 안배할 든든한 백업 포수가 나타나야 비로소 강팀이 될 수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앞서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에게 “두 번째 포수를 잘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KBO리그 FA 역대 최고액인 4+2년 152억 원에 양의지를 영입하며 안방을 대폭 업그레이드 시켰다. 두산이 단숨에 5강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양의지 한 명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그러나 1987년생인 양의지의 나이는 올해로 36살이다. 물론 타격, 수비 모두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가 혼자서 144경기를 담당하기엔 현실적,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그렇게 팀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두산은 이에 호주 스프링캠프 명단에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신인 윤준호 등 총 4명의 백업포수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시드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 제2의 포수가 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작년 마무리캠프 때도 포수들의 열정에 감탄한 이 감독은 호주에서도 이들의 피나는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4명 모두 “백업이 강해야 강팀이 된다”는 사령탑의 지론을 충분히 숙지한 모습이었다.
양의지와 함께 포수 엔트리를 차지할 유력 후보는 장승현과 안승한이다. 2013 두산 4라운드 36순위로 지명된 장승현은 4명 가운데 가장 1군 경험이 풍부하다. 신분은 계속 백업이었지만 2018년 1군에 데뷔해 230경기를 소화했다. 여기에 이번 스프링캠프서 좌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스위치타자 전향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와 함께 공격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2014 KT 2차 특별 12순위로 입단한 안승한은 2021시즌을 마치고 KT에서 방출됐지만 두산 입단 테스트를 통해 현역을 연장한 뒤 지난해 30경기 타율 3할3푼3리 8타점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1군 경력은 66경기가 전부이지만 성실한 훈련 태도와 안정된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두 선수 중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장승현이다. 세리자와 코치는 “1군 기록은 장승현이 더 많다. 물론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실적을 감안하면 평등하게 볼 수 없다. 경기를 많이 뛴 선수가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적이 부족한 선수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안승한, 박유연의 분발이 필요하다”라고 백업 포수 경쟁 구도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양의지가 쉬는 경기에서 얼마나 이기느냐가 관건이다. 이승엽 감독도 두 번째 포수를 잘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라며 “또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들어갈 경우 포수 엔트리도 연구 중이다. 포수 엔트리가 2명인데 2명을 모두 소진할 경우 김민혁, 김재환 등이 마스크를 쓰는 극단적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단 그 전에 양의지 또한 152억 포수로서 그에 걸맞은 수비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양의지는 지난해 부상 탓에 안방에서 736⅔이닝(리그 7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1위는 1008⅓이닝의 유강남(당시 LG), 2위는 994⅔이닝의 이지영(키움), 3위는 884이닝의 박세혁(당시 두산)이었다.
세리자와 코치는 “작년에 양의지가 부상으로 750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양의지가 올해 주전 포수로서 850이닝 이상을 소화해야 두산이 우승을 다툴 수 있다”라고 주전 포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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