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십쇼!"… '국가대표 15년' 캡틴, 클래스는 위기에서 더 빛난다 [오!쎈 오사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06 06: 00

“걱정마십쇼!”
지난 5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공식 훈련이 열린 일본 오사카의 마이시마 버팔로스 스타디움. 훈련 시작 시간 1시에 앞서서 선수들이 제각기 방법으로 몸을 예열하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 김현수(35)도 캐치볼을 하면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코칭스태프를 향해서 운동장이 떠나갈 듯한 큰 목소리로 “코치님, 걱정마십쇼!”라고 외쳤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지만 김현수가 했기에 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2006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공교롭게도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국가대표로서 커리어도 쌓아갔다. 프로 18년차에 국가대표도 15년차다. 그만큼 김현수는 신인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국가대표급의 퍼포먼스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5일 오사카 버팔로 스타디움에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 공식훈련을 가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이번 WBC까지 무려 10번이나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대회에 나섰다. 국가대표의 책임감과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고 기꺼이 감당하면서 이겨냈다. 국가대표 통산 59경기 타율 3할6푼4리(209타수 76안타) 4홈런 46타점의 성적은 ‘국가대표’ 김현수의 클래스를 말해주는 기록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WBSC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4개 대회 연속으로 ‘캡틴’의 중압감을 도맡았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당했고 2013년과 2017년 WBC 조별라운드에서 연속으로 탈락했다.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의 마인드 컨트롤을 이끌고 긴장하는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이 주장의 역할이다. 김현수는 이러한 주장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이번 WBC에서 호성적이 절박하지만 준비 과정이 순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전지훈련지였던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는 이상한파와 악천후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다. 훈련은 진행했지만 투수들의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다. 그리고 한국 귀국하는 날에는 선수단이 나눠타기로 했던 비행기 중 한 대가 기체결함으로 이륙하지 못하면서 한국행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는 LA까지 버스로 약 8시간 가량을 이동하는 고행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장 김현수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 비행기 기체 결함 사건 당시 함께 있었던 KBO 관계자는 “당시에 주장인 김현수 선수가 선수단이 동요하지 않도록 잘 다독였다”라면서 김현수의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지난 4일, 오사카 입성 이후 이정후가 본의 아니게 논란의 피해자가 됐다. 지상파 방송에서 숙소 내에서 영상통화 하는 장면을 찍어 고스란히 내보낸 것. 이정후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김현수가 이정후를 대신해서 주장으로서 목소리를 높였고, 피해를 받은 이정후의 감정을 잘 어루만졌다고 한다. 
김현수 역시도 경험하지 않았던 특수한 사건들이 연속이었다. 그러나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15년의 국가대표 경험으로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김현수 스스로는 “내가 주장으로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말만 주장이다”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보는 이들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 스스로도 마지막 국제대회임을 직감한 상황. ‘주장’ 김현수의 클래스는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빛나는 듯 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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