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가 빠져도 티 안나야죠".
KIA타이거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는 익숙한 이름이 없다. 지난 2년 동안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한 박찬호이다. 김종국 감독은 박찬호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왼 손목 통증을 호소하자 일본 캠프명단에서 뺐다.
무리하지 말고 귀국해 치료와 함께 정밀검진을 받도록 했다. 검진결과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박찬호는 팀이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고 귀국하면 합류할 예정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박찬호 없이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삼성과의 첫 경기는 김규성, 롯데와의 경기는 2년차 김도영이 유격수로 출전했다. 경기는 9-1, 9-0으로 승리했다.
김도영은 첫 경기 3안타, 두 번째 경기 1안타를 날렸다. 김규성은 첫 경기에서 2루타와 3점홈런, 두 번째 경기는 2타점 2루타와 안타 등 멀티히트를 연속으로 기록했다.
박찬호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도영은 유격수와 3루수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고, 김규성은 유격수와 2루수 요원이다.
김감독은 "찬호 없이도 티 안나고 잘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며 은근히 함평에 있는 박찬호를 자극했다.
비단 박찬호의 유격수 뿐만이 아니다. 1루수, 2루수, 3루수와 외야수까지 모두 경쟁이 붙어있다.
김도영은 3루수 주전까지 넘보고 있다. 작년의 경험과 겨우내 준비한 노력이 실전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찬호 뿐만 아니라 3루 주전으로 뛰었던 류지혁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질롱코리아에서 환골탈태한 김규성은 2루수 김선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루수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변우혁이 주전 황대인을 자극하고 있다. 2경기 연속 선발 1루수로 출전해 공수에서 활약했다. 일단 듬직한 체구와 안정된 몸놀림으로 내야수들의 송구를 넙쭉넙쭉 잘 받았다.
타격에서도 홈런과 장타까지 생산하고 있다. WBC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홈런을 터트렸다. 삼성전에서 2루타 2개를 터트리더니 롯데전도 안타를 기록했다. 타이밍을 잘 잡고 가벼운 스윙으로 득점타를 올렸다.
외야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3할타자 이창진이 손목부상으로 이탈하자 김 감독은 수비력이 뛰어난 김호령을 중견수로 기용하고 있다. 김호령이 타격에서 존재감을 보이면 바로 주전으로 쓰겠다는 신호이다. 나성범 좌익수, 우익수 소크라테스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좌익수는 유망주 김석환을 내세웠다. 질롱코리아에서 타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전 2안타 1볼넷 1타점, 롯데전 2루타와 투런홈런 등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화끈한 타격을 했다. 수비도 어려운 타구를 잘 쫓아가 잡아냈다.
이제 KIA는 어떤 포지션이든 자리를 비워도 훌륭한 대체자가 생겼다. 그만큼 옵션들이 풍부해졌다. 장기레이스에서 KIA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과 플랜B 준비완료. KIA의 스프링캠프 주제가 완성되어가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