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립리그까지 갔던 콜롬비아 출신 우완 투수 훌리오 테헤란(32)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2게임 연속 호투하며 희망을 비췄다.
테헤란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등판, 3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컵스 1번타자 닉 마드리갈을 파울팁 삼진 잡고 시작한 테헤란은 연속 안타로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얀 곰스를 3루 병살로 유도하며 첫 이닝을 끝냈다. 2회 탈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은 뒤 3회 선두 데이비드 보트에게 3루타를 허용해 무사 3루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3타자를 2루 내야 뜬공, 삼진, 1루 직선타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정리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선발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에 이어 2경기 연속 호투. 표본이 많지 않지만 2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투구 내용이 무척 좋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테헤란의 상태가 좋다. 디셉션도 있고, 꽤 인상적이다”며 “과거에 했던 것과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꼭 선발이 아니라 롱릴리프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다양한 활용법을 예고했다.
지난 201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한 테헤란은 2021년까지 메이저리그 11시즌 통산 240경기(1396⅓이닝) 78승77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1207개를 기록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지난 2013년 30경기(185⅔이닝) 14승8패 평균자책점 3.20 탈삼진 170개로 활약,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토론토)과 내셔널리그(NL) 신인상 경쟁을 벌였다. 그해 신인상은 2016년 9월 보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호세 페르난데스(당시 마이애미)가 받았고, 류현진과 테헤란은 나란히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2월 애틀랜타와 6년 324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은 테헤란은 2014년 33경기(221이닝) 14승13패 평균자책점 2.89 탈삼진 186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8년까지 애틀랜타 구단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았고, 2013~2019년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했다. 이 기간 두 자릿수 승수도 5시즌. 공을 최대한 감추고 나오는 투구폼, 90마일대 패스트볼과 다양한 구종으로 꾸준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구속이 90마일 아래로 떨어지며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고, 2019년 시즌 후 애틀랜타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2020년 LA 에인절스와 1년 900만 달러에 계약하며 FA 이적했으나 10경기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10.05로 무너졌다. 202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최대 400만 달러 스플릿 계약에 만족했고,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4월 1경기 등판으로 시즌이 끝났다.
결국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호크스를 시작으로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고, 지난해 11월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빅리그 승격시 최대 600만 달러를 받는 조건.
샌디에이고는 핵심 선발투수 조 머스그로브가 최근 웨이트 훈련 중 케틀벨을 떨어뜨려 왼쪽 엄지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최소 2주 이상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4월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대체 선발을 준비해야 한다. 시즌 개막 후 25일간 24경기를 치러야 하는 샌디에이고는 6선발 체제도 검토하고 있다. 테헤란이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머스그로브의 대체자로 시즌 초반 샌디에이고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