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보내는 코치의 진심…"성빈아, 이게 마지막 고비다. 한 번 넘어보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04 20: 00

지난 2월 괌 스프링캠프 기간 어느날. 
배영수 메인 코치를 비롯한 투수 파트 코치들은 젊은 투수진에게 숙소 앞 주차장에서 야간 자율 훈련을 지시했다. 수건 등으로 섀도우 피칭을 하면서 밸런스를 스스로 느끼라는 의미. 다만 ‘자율’이라는 이름이 붙었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고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한 선수만은 달랐다, 누가 보지도 않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홀로 자율 훈련에 매진했다.  
올해 다시금 잠재력을 꽃 피우려는 2017년 1차 지명 파이어볼러 유망주 윤성빈(24)이었다. 윤성빈은 괌의 희미할 달빛을 조명 삼아서 새로운 투구폼을 반복해서 훈련했다.

롯데 스프링캠프 윤성빈. 2023.02.06 /ksl0919@osen.co.kr

배영수 코치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윤성빈을 질책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머리를 맞대며 개선점을 찾아가려고 했다. 괌 스프링캠프 이튿날에는 배영수 코치는 윤성빈의 투구폼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나만 믿어라. 내가 책임진다”라고 불호령을 내리면서 불펜 연습장 주변을 싸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윤성빈은 배영수 코치가 떠난 뒤에도 불펜 연습장에서 모든 야수들이 훈련이 끝날 때까지 현재 왼 팔을 쭉 뻗으며 밸런스를 잡는 투구폼을 계속 연습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다른 투수들 못지 않은 페이스로 코칭스태프를 만족하게 했다. 1차 캠프를 넘어서 일본 오키나와 캠프까지 생존했고 실전 등판 기회도 잡았다.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찰리 반즈(2이닝 무실점)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윤성빈은 이날 ⅔이닝 투구수 27개에 1볼넷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폭투 2개도 나왔다. 투구수가 많아지자 1이닝을 모두 채우지는 못하고 강판됐다.
하지만 모처럼 1군 실전 연습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바뀐 투구폼도 이제 적응이 된 듯 148km의 강한 패스트볼을 뿌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롯데 배영수 코치가 윤성빈의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2023.02.03 /ksl0919@osen.co.kr
롯데는 3일 윤성빈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4일, “윤성빈은 좌측 햄스트링 대퇴 이두근 2도 파열 진단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사 치료를 받았고 오는 10일 두 번째 주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당분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고 개막전 엔트리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불펜 코치로 참가하면서 스프링캠프 도중 롯데와 윤성빈 옆을 떠나야 했던 배영수 투수코치에게도 윤성빈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팀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소속팀 상황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대표팀의 공식 연습경기가 치러지는 오사카에서 4일 만난 배영수 코치는 “똑같은 선수 한 명이다. 다시 하면 된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이내 진심을 전했다.
배 코치는 “(윤)성빈이에게 문자가 왔다. 좋아질 것이다. 자기도 이걸 또 이겨내야 한다. 이게 마지막 고비인 것 같다. 이 고비를 넘기면 고생은 다 끝난 것 같다. 이것만 넘으면 된다”라고 지금의 부상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랐다. 
올해 괌 스프링캠프 선발대 룸메이트로 함께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표팀 불펜투수 김원중도 윤성빈의 부상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함께 괌 선발대로 가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부상을 당하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라면서 “지금은 시간이 약이다. 좀 쉬어도 된다. 어차피 열심히 한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와서 다시 할 때까지 1군에서 나도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같이 잘해서 1군에서 함께 야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모두가 지난 가을과 올 봄에 했던 윤성빈의 노력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햄스트링 부상에 다들 안타까워했다. 재기의 몸부림을 치던 윤성빈에게 부상 시련은 성숙해지는 계기이자 올해 한 발짝 도약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대표팀 김원중이 배영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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