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정우영(LG)이 위력적인 홀드왕의 투구를 보여줬다. 투구 밸런스가 점점 올라오면서, 이제 미끄러운 공인구에 적응 문제는 없다.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대표팀과 SSG 랜더스 2군의 연습경기.
정우영은 6-2로 앞선 8회 대표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리그 홀드왕을 차지한 정우영이 셋업맨으로 등판하는 상황에 맞춘 등판 순서였다.
첫 타자 좌타자 최상민을 2구만에 1루수 땅볼로 가볍에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좌타자 이정범 상대로 파울 2개를 유도하고 4구째 루킹 삼진을 잡았다. 우타자 오태곤도 4구 만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 수 10개(스트라이크 8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끝냈다. 좌타자 2명도 손쉽게 처리했다. 주무기 투심의 위력이 시즌 때 한창 좋았을 때의 피칭이었다.
정우영은 지난해 최고 157km의 구속을 기록한 투심으로 땅볼 유도 능력이 좋다. 투심의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타자들이 뜬공 타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정우영의 지난해 땅볼/뜬공 비율은 무려 4.55였다. 5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 중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자주 등판해 병살타를 유도하는 능력이 좋았다. 대표팀에서도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기용할 수 있는 필승조 카드다.
그런데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치러진 대표팀 합숙 훈련 기간에는 공인구가 빠지면서 잠깐 애를 먹었다. 첫 2경기에서 연속 사구를 기록.
고척돔에서 만난 정우영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몸을 크로스했다가 팔이 제대로 스윙되지 않으면서 공이 타자 몸쪽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고, 투구 밸런스의 문제였다. 공인구도 점차 적응됐다.
한편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호주전 선발 투수는 결정 됐고, 그날 던져야 할(불펜) 몇몇. 선수들도 결정 됐다. 오사카로 넘어 가서 한두 명 더 추릴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WBC에서 최근 2개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 탈락한 한국 대표팀은 오는 9일 B조 조별리그 호주와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려면 ‘복병’ 호주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점점 좋은 컨디션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정우영의 불펜 필승조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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