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교폭력 혐의로 재판 중인 두산 이영하(26)에게 변호인이 아닌 검찰 측 증인으로부터 유리한 증언이 나왔다. 4차 공판에 이르러 비로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이영하 재판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지난 3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 대한 4번째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당초 두 명의 증인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한 명만 출석해 신문에 응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 김모씨는 이영하의 선린인터넷고 1년 후배이자 피해자인 조모씨의 동기로, 포지션은 이영하와 같은 투수다.
현재 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는 2021년 3월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한 조모씨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조모씨가 먼저 연락을 취해 피해 사실 폭로를 알렸고, 이에 김모씨는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답을 했다. 김모씨는 이날 이를 떠올리며 “나와 피해자 모두 학창 시절 얼차려를 받았으니까 그걸 말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피고인(이영하)이 피해자(조모씨)에게 수치스러운 노래나 율동을 시키는 걸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이를 시켰다”라고 답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젖꼭지라는 대답을 강요한 걸 봤냐는 심문에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율동 정도만 했던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본인이 직접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놀림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김모씨는 “피고인이 내 이름을 부르면 고블린이라고 대답했다. 다만 율동, 노래는 강요당하지 않았다. 고블린이라고만 말하면 넘어갔다”라고 했다.
이영하의 2015년 2월 대만 전지훈련 당시 얼차려 혐의와 관련해서는 “얼차려 받은 건 기억이 난다. 정확히 뭐 때문에 혼났는지는 모른다. 피해자와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피고인이 방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방에서 괴롭힘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증언을 이어갔다. 김모씨는 당시 조모씨의 룸메이트였으며, 조모씨는 김모씨와 달리 “라면 갈취에 반발하자 피고인이 내 숙소에 동기투수들을 불러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이영하의 집합 소집과 관련해 “당시 집합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떤 선배가 시킨 건지는 자세히 모른다. 보통 1학년 후배들을 잘 관리 못했다거나 다른 친구들이 실수할 경우 집합을 하곤 했다. 기본적인 걸 못하면 그랬다”라고 첨언했다.
김모씨는 이영하의 라면 갈취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라면, 즉석밥 등 간식을 들고 간 기억은 없다. 부족하면 호텔 주변 마트에 가서 샀다. 또 부족한 이가 먼저 가져갔다가 나중에 사주거나 돌려주고 했다”라고 피해자 및 다른 증인들과 다르게 증언했다. 이어 이영하의 라면 심부름 및 배달은 없었다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김모씨는 다음으로 2015년 8월 말 이영하의 부산 가혹행위 내용과 관련해 당시 부산에 이영하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피해자는 부산 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당시 이영하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영하 측은 “당시 청소년대표에 선발되며 따로 전북 군산에서 소집훈련을 했다. 그 시점 부산에는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영하는 2015년 청소년대표에 선발, 세계청소년야수권대회가 열린 일본 오사카로 8월 26일 출국했다.
김모씨는 이에 대해 “부산으로 대회를 갔는데 피고인은 없었다. 대회 불참과 더불어 선수단과 동행도 안 했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재판부는 다음 증인 신문기일을 3월 24일로 잡았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검찰 측 증인 유모씨가 출석해 증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 측 증인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확보한 이영하 측 김선웅 변호사는 “대만 전지훈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라고 하시는 분과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나름 정확한 이야기를 한 증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합을 받은 것과 라면을 빼앗은 것이 관련 없다는 걸 확실히 이야기했다. 당시 객관적으로도 바로 앞 마트에서 라면이나 간식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4차 공판 진술로 이영하의 1심 선고일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을까. 김선웅 변호사는 “3월 24일에 5차 공판이 잡혔으니 4월 중순 한 번 더 잡히면 그 때 우리 쪽 증인을 마지막 신문하고 피고인 신문도 해서 변론 종결을 가급적 하려고 한다”라며 “그러면 5월 말에서 6월 초 정도 선고가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물론 1심 선고가 이영하의 그라운드 복귀를 의미하진 않는다.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후반기 1군 복귀를 노려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구단과 KBO 징계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지게 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