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한국인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순댓국을 뚝딱 해치웠고, 국가대표 유니폼에는 영문명 앞에 한국 이름을 새기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았다.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에드먼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훈련에 참가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 함께 호흡을 맞췄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소속인 에드먼은 미국 플로리다에 차려진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다가 한국 대표로 WBC에 참가하기 위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 국적인 에드먼은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게 됐을까. 그 동안 순혈주의를 외쳤던 KBO는 이를 깨고 현재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또는 조부모의 혈통, 출생지로 국적을 결정할 수 있는 WBC 출전 규정을 따라 에드먼을 전격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에드먼은 1995년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 씨와 대학야구 코치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한국계 선수. 풀네임은 토마스 현수 에드먼으로, 미들 네임에 한국 이름인 현수를 사용한다.
에드먼이 어머니의 나라에서 처음 맛본 음식은 한국의 대표 로컬푸드인 순댓국이었다. 에드먼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자랐다. 물론 (순댓국이) 미국 음식과는 확실히 달랐지만 엄청 특이한 느낌은 아니었다. 맛있게 먹은 첫 식사였다”라며 “한국 음식의 특이점 중 하나는 여러 반찬들이 나와서 여러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에드먼은 정신적으로도 한국 대표팀에 동화되기 위해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한일전의 남다른 의미에 대해 공부했다. 그는 “대회 참가 결정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관계를 충분히 숙지한 상황이다. 예전 WBC 대회를 보면 한일전이 큰 이슈가 됐다. 한일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도쿄돔에서 일본을 만나면 의미를 알고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에드먼은 더 나아가 일본-필리핀 혼혈 여성인 아내 크리스틴 에드먼에게도 한국 응원을 당부했다. 에드먼은 “아내에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응원해야 하고, 일본은 응원하면 안 된다고 했다”라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에드먼의 아내는 본선이 열리는 도쿄돔에서 남편을 응원할 예정이다.
에드먼의 한국 사랑은 국가대표 유니폼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등번호 11번 위에 미들네임 현수(TH EDMAN)를 추가로 새기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것. 메이저리그처럼 EDMAN만 새겨도 그만이지만 TOMMY HYUNSOO의 약자인 TH를 추가하며 한국 선수들과의 이질감을 없앴다. KBO 관계자는 “에드먼이 유니폼 제작 과정에서 EDMAN 앞에 TH를 직접 새겨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에드먼은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답게 훈련 첫날부터 이강철 감독과 동료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에드먼은 경기장 도착과 함께 비공개로 수비 시프트, 작전 훈련 등을 실시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좌타석에 들어선 에드먼은 호쾌한 스윙으로 타구를 멀리 보냈고, 연습 도중 간간이 번트를 대기도 했다. 김하성, 박병호, 이정후 등 새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성과 실력 모두 합격점이었다. 훈련을 지켜본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되게 적극적이다. 동료들과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훈련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김)하성이에게 훈련 내용을 열심히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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