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여기저기서 ‘학교폭력(이하 학폭)’으로 시끄럽다. 수년전부터 스포츠와 연예계에서 불붙은 스타들의 학폭논란이 요즘은 정치권에서도 핫이슈가 됐다.
스포츠계중에서도 야구계로 범위를 좁혀도 최근까지도 뜨겁다. 오는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선발 때부터 논란이었다. 지난 시즌 2관왕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투수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투수로 자리매김한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안우진(24)의 선발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그의 고교시절 학폭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대표팀에서 최종 탈락했다. 아마야구계에서 국가대표 퇴출 등의 징계를 받고, 프로무대에도 키움 구단 자체징계 이후 그동안은 별 문제없이 뛰었다. 하지만 ‘학폭은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여론에 결국 안우진의 이번 국가대표팀 태극마크 꿈은 무산이 됐다.
한국야구계에서 학폭 논란은 안우진이 분기점이 됐다. 2017년 안우진의 학폭 논란이 일어나면서 두산의 또다른 우완 선발투수인 이영하(26)도 고교시절 학폭 논란이 불거지는 등 시끄러워졌다. 이영하는 현재까지 소송을 진행중으로 안우진 학폭 논란이 기폭제 노릇을 한 셈이었다.
학폭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른 현재 학생야구계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현재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직도 이따금씩 학폭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학생선수들은 스스로 조심하고,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도 예전처럼 폭력적인 지도는 삼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무대로 진출한 선수들은 “학폭은 없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 구단의 신인 선수는 “고교시절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의 폭력은 없었다. 또 저학년일 때 상급생 선수들의 폭력도 없었다. 물론 나도 상급생이 됐을 때 후배 선수들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물론 이따금씩 얼차려(기합)는 받는 경우는 있다. 그런 정도는 팀운동을 하면서 충분히 감내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물리적인 폭력은 학교 야구부에서는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자나 베테랑 선수 대부분들은 학교시절 선배내지는 지도자로부터 방망이 찜질을 당했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추억의 한 장면이라지만 당시에는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었다고.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지도자가 학폭으로 고발되면 바로 퇴출되고 폭력을 가한 학생 선수도 전학내지는 퇴학 등의 조치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처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바탕 진통을 겪어야 발전이 있듯이 비록 안우진이나 이영하는 힘든 현실이지만 그들의 후배들에게는 학폭 걱정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일명 ‘안우진 효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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