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5)는 지난해 트레이드로 인해 1년 만에 입지가 천지차이로 달라졌다. 만년 2군 선수였던 그는 트레이드 후 레전드 잠수함 감독의 지도를 받고서 필승조 투수로 변신했다.
올 시즌 불펜 주축 선수로 활약이 기대되는 이채호는 스프링캠프에서 공 5개로 1이닝은 순삭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2018년 2차 6라운드(55순위)로 SK에 입단한 이채호는 지난해 5월말 좌완 정성곤과 트레이드로 KT로 이적했다. 당시만 해도 이채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채호는 1군 기록이 2021년 3경기(5이닝 7실점)에 그쳤다. 데뷔 첫 해 2군에서 3경기를 뛰는데 그쳤고, 2019년 군대 입대했다. 2020년 제대하고 복귀, 주로 2군에서 뛰었다.
그러나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 선수 시절 언더핸드로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통산 152승을 기록한 레전드 이강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구위가 확 달라졌다. 이 감독의 족집게 레슨을 받고서, 그동안 몰랐던 것을 속속 흡수했다.
이채호는 트레이드 직후 KT에서 일주일 동안 적응 시간을 갖고서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6월초 첫 등판에서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신고식을 치렀고, 2번째 경기에선 1⅓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데뷔 첫 기록이었다.
추격조와 승리조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하면서 팀에 기여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8월말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시즌 마지막 4경기 연속 실점을 하면서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8점대로 치솟았지만, 이채호는 지난해 38경기 5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95로 활약했고, KT는 트레이드 대박을 터뜨렸다. 마치 큰 기대없이 긁어본 복권이 대박을 안긴 것처럼. 이강철 감독을 만나면서 KT와 궁합이 잘 맞은 것이다.
이채호는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NC와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투구 수 5개로 순식간에 삭제시켰다.
첫 타자 박대온을 2구째 3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고서, 좌타자를 연속해서 상대했다. 손아섭을 초구에 1루수 땅볼 아웃, 외국인 타자 마틴을 2구째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1이닝을 끝냈다. 사이드암 투수에 불리한 좌타자, NC의 중심타자인 손아섭과 마틴을 손쉽게 처리한 것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뛰었고, 포스트시즌도 처음으로 경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채호는 “개막 엔트리부터 시작해 시즌 끝까지 잘하는 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기대가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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