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로 집중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방망이 재능이야 너나할 것 없이 인정했다. 관건은 포수 수비였다. 프로 7년차에 오로지 타격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포수로 거듭나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 합류한 이정훈(29)이 그동안의 한을 새로운 팀에서 풀 수 있을까.
이정훈은 지난 2일 일본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3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8-7 역전승을 이끌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경기의 종지부는 8회 이정훈의 결승 적시 2루타로 찍었다.
지난 2014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KIA에 2차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단한 이정훈. 타격 재능은 특출나지만 포수 수비가 아쉬웠다.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1군 정착의 가장 큰 관건이었는데 포수와 1루수 훈련을 병행했다. 포수 훈련만 집중적으로 소화한 시간은 적었다. KIA 입장에서도 이정훈의 타격 능력을 썩힐 수는 없었기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결국 이정훈은 포수로도 1루수로도 정착하지 못했다. 2군을 평정한 타격 기록(통산 375경기 타율 .320 30홈런 198타점 OPS .895)을 갖고 있었지만 자기 포지션이 확실하게 없었기에 1군에서도 대타 정도만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서 입지가 줄었고 지난해 방출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이정훈의 타격 능력을 높이 사서 방출과 동시에 곧장 연락을 취해 영입했다. 좌타 대타 등 스페셜리스트로 기용할 복안으로 데려왔다. KIA 시절 은사였던 박흥식 수석 겸 타격 코치와도 재회를 했다. 당시 박 코치는 이정훈에게 “네가 왜 방출이 됐냐?”라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민규 단장 역시 이정훈의 방출 소식을 듣자마자 박흥식 코치에게 연락해서 의사를 물었고 영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롯데는 이정훈의 포수로서 능력을 다시 타진하고 있다. 이미 ‘금강불괴’의 주전 포수 유강남이 포진하고 있다. 좌타 대타감이 부족했기에 이정훈이 그 역할을 하면서 백업 포수까지 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시나리오를 실현시키기 위해 괌 스프링캠프부터 쭉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이정훈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이전 소속팀(KIA)에서는 타격 강점을 살린다고 1루와 포수 훈련을 병행했다. 롯데에서는 포수 훈련을 많이 받으려고 했다. 포수로 경기 감각을 빨리 깨우려고 한다. 무조건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포수의 정체성을 되찾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최경철 배터리코치 역시 “운동 능력은 좋다. 몸으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데 바로바로 이해를 한다. 좋은 능력을 가졌다"라면서 "'아마 몰라서 못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해줬다. 원동력을 가지게끔 얘기해준다. 백업 한 자리 차지하려면 본인 의지에 달렸지만 금방 좋아질 것”이라면서 가능성을 기대했다.
이제 막 포수로 거듭나기 위해 다시금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지시완, 정보근, 강태율 등 다른 포수들과 비교해서 타격은 우위지만 포수 능력과 경험은 뒤처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동안 포수 훈련을 받지 못했던 공백을 채워가기 위해 보폭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단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고 출장 시간을 늘려가면서 능력을 검증 받고 있다.
이정훈도 경기 후 2루타 3방 보다는 포수 수비에 대해서 언급했고 또 좋아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수비 부분에서 투수 리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수비 부분에서 좋아지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타이밍에 맞추어 타격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야구장에서 좋은 결과 계속 내고 싶다”라고 지시완, 정보근, 강태율 등과 함께 할 경쟁에서도 의욕을 다졌다.
이미 방망이는 검증이 됐고 충분하다. 앞으로 이정훈의 행보는 수비력 보완에 달려있다. 과연 KIA에서 포수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렸던 한을 롯데에서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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