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9월 열린 신인래프트에서 ‘리틀 이정후’라고 불린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20)을 지명했다.
지역연고 1차지명이 폐지되고 전면드래프트를 실시하게 됐지만 지역 연고의 경남고에는 1라운더급 대어가 2명이나 있었다. 최고 154km를 던지는 우완 최대어 신영우(NC), 고교 3학년 시절 10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거포 포수 김범석(LG)이 대상이었다. 특히 포수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는 김범석을 1라운드 후보로 점찍었다.
하지만 롯데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잠재력과 재능에만 집중했고 드래프트가 임박한 시점에서 방향을 틀었다. 고교 최고의 타격 재능을 자랑하던 김민석을 지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롯데는 김민석을 지명한 뒤 집중 케어에 돌입했다. 당장 포지션 정리가 시급했다. 고교시절에는 유격수, 2루수를 봤지만 타격 재능에 비해 내야 수비력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적합한 포지션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부담 없는 실전 경기를 많이 뛰는 것이 우선이었다. 롯데는 김민석이 정식 입단을 하기도 전에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로 파견을 보냈다. 호주에서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하면서 최적의 포지션을 찾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구단도 호주에 있던 김민석과 꾸준히 소통했다. 성민규 단장은 호주로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김민석의 포지션도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 구단은 김민석이 내야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심층 면담 끝에 내야에서 송구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1군 스프링캠프에서 내야 훈련을 등한시 하지 않았지만 외야 훈련의 비중을 높였다. 김민석의 포지션은 외야로로 정리되고 있었다.
구단도 설득을 했고 당장 스프링캠프에서 기본기 위주로 외야 수비를 가르치고 있던 전준호 외야 수비코치는 김민석의 운동신경을 인정하면서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의 포지션에 외야가 많다”라는 예를 들면서 마음을 돌리고 노력했다.
외야 수비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지 상태였던 김민석은 외야 수비의 개념을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했다. 경험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실전 경기를 투입할 정도가 됐고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는 프로 무대에, 그리고 외야수로 빠르게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에서 안권수를 대신해서 중견수로 교체 투입 됐고 타석에서 2타수 1안타 1도루의 활약을 펼쳤다. 6-3 역전승의 시발점이 된 더블스틸을 성공시켰다. 지난 1일 SSG전에서는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4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 1도루 등 리드오프로 맹활약하며 6-3 승리를 이끌었다.
타격 재능이야 말 할 것이 없었지만 수비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타구 판단 실수 등 크게 우려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오키나와의 기상 여건을 감안하면 외야 수비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실수가 없었다. 1일 SSG전에서 좌익수 황성빈과 콜플레이 이슈가 있었지만 실수는 없었고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로 풀이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김민석은 “오늘 4타수 2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리드오프로 주어진 임무를 해낸 것 같다”며 스스로도 만족감을 보이면서 “타격 타이밍이 느려 땅볼이 나와 걱정했는데 마지막에는 안타가 나와서 감을 좀 잡은 것 같다. 다음 경기에 출장하게 된다면 자신감 있게 임하겠다”고 했다.
래리 서튼 감독 역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김민석의 매력에 빠졌다.
롯데 외야진은 잭 렉스와 고승민이 사실상 고정에 안권수-황성빈이 경쟁을 하는 구도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김민석의 성장세라면 안권수와 황성빈 모두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 아니면 고승민이 1루로 돌아서고 김민석이 한 자리를 차지한 뒤 안권수와 황성빈이 경쟁을 펼치는 구상도 할 수 있다.
물론 ‘윈나우’를 해야 하는 구단의 상황에서 당장 신인에게 주전 자리를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 하지만 실력이 되고 경쟁을 이긴다면 자리를 안 줄 이유도 없다. 김민석의 롤모델과도 같은 이정후 역시도 고교 지명 당시 내야수였지만 키움 입단과 동시에 외야수로 전향했고 리그 MVP이자 최고 타자로 성장했다. 롯데의 ‘리틀 이정후’ 프로젝트는 속도가 붙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