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세 폭탄 못 피하고 주전 유격수 부상…다저스, 오타니가 문제가 아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02 11: 20

LA 다저스는 이번 겨울 ‘왕년의 큰손’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오프시즌 주인공의 스포트라이트는 라이벌이 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완전히 넘겨주고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대형 계약의 광풍 속에서도 다저스는 조용했다. 주전 유격수였던 트레이 터너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내주면서도 대체자 영입을 하지 않았다. 터너는 11년 3억 달러에 다저스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대체자 영입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터너와 함께 지난 겨울 ‘유격수 4대장’으로 불렸던 거물급 선수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이들 모두 영입하지 않았다. 

5회 다저스 개빈 럭스가 샌디에이고 3루수 잰즌 위트의 2루 송구를 피하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오른쪽은 다저스 로버츠 감독. 2023.02.28 /jpnews@osen.co.kr

경쟁균형세(사치세) 기준에서 페이롤을 떨어뜨려서 사치세 세율을 리셋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2년 동안 사치세를 냈던 상황에서 올해까지 사치세 기준을 높이면 누진세율을 적용 받아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이를 리셋시켜 자금 부담을 완화한 뒤 곧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영입에 ‘올인’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지난 겨울부터 꼬여버리게 됐다. 일단 대형 유격수 영입을 외면하면서까지 페이롤을 낮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성폭행 혐의로 징계를 받았고 항소 끝에 징계가 축소된 트레버 바우어를 방출시켰지만 올해 2250만 달러의 연봉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2250만 달러의 연봉 때문에 다저스는 사치세 리셋은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1회초 에인절스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6.10 / dreamer@osen.co.kr
대신 다저스는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었던 가빈 럭스를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타구단 유격수들보다 수비력에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 받았지만 다저스는 럭스를 유격수로 쓰면서까지 몸을 움츠렸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주전 유격수 미겔 로하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왔지만 럭스가 주전 유격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럭스도 “다저스 주전 유격수는 꿈”이라고 말하며 기대에 걸맞는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모든 기대가 무너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주루 도중 왼쪽 무릎을 삐끗했다. 무릎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며 쓰러졌다. 결국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측부인대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즌 아웃 판정이다. 럭스는 “너무 실망스럽다. 많은 시간 훈련을 하고 동료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필드에 나가서 뛸 수 없다는 건 너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너무 뼈아픈 이탈이다. 온통 럭스의 생각 뿐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모든 우려를 뒤로하고도 기대감에 부풀었던 다저스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당장 올해 시즌 계획부터 꼬였다. 당장 유격수 공백을 채워야 한다. 로하스와 크리스 테일러가 유격수를 번갈아 맡는다. 외야수 무키 베츠가 2루수로 들어서는 상황도 잦아질 전망.  트레이드 가능성도 있지만 긴축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상황이기에 거물급 영입은 힘들 전망. 
다저스의 계획은 럭스의 부상으로 한 순간에 꼬이게 됐다. 지금은 다저스 입장에서 오타니가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됐다. 오프시즌 1조 원 가까이 쓰면서 광폭 행보를 보였던 샌디에이고에 정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패권을 넘겨주고 들러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5회 다저스 개빈 럭스가 샌디에이고 3루수 잰즌 위트의 2루 송구를 피하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3.02.28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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