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하필이면 김하성(28)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개빈 럭스(26)가 쓰러졌다. 혼자 걷기도 힘든 지경이다. 카트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이튿날인 어제(한국시간 1일)다. MRI 검진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전방십자인대(ACL)와 외측측부인대(LCL) 파열이다.
수술과 재활에 1년 이상 걸린다는 소견이다. 시즌 아웃이 불가피하다. 자신의 SNS에 비통한 심정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기도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를 주전 유격수로 생각하던 다저스도 곤혹스럽다.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처럼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수습을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공백을 어떻게 메울까 하는 궁리다.
우선은 자체 해결을 고려할 것이다. 기존 자원으로 메우는 일이다.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이를 위한 선견지명도 있었다. 작년 말 성사된 트레이드다. 마이애미에서 베테랑 미겔 로하스(34)를 데려왔다. mlb.com은 “럭스가 빠진 자리는 로하스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비력으로는 리그 정상급이다.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까지 갔던 3명 중 하나다. 나머지 두 명은 김하성과 수상자 댄스비 스완슨이다. 그럼에도 럭스의 다음 순위가 된 것은 공격력 탓이다. 지난해 140경기 동안 0.236 / 0.283 / 0.323(타출장)을 기록했다. fWAR 1.2, bWAR 2.5였다.
또다른 대안은 인력시장에 있다. 아직도 직장을 찾지 못한 구직자들이다. 유격수의 산실 (네델란드령) 퀴라소 출신 2명이 리스트에 있다. 안드렐톤 시몬스(34)와 디디 그레고리우스(33)다.
둘은 올스타급 화려한 커리어를 지녔다. 하지만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부상 이력과 뚜렷한 에이징 커브다. 시몬스는 지난 해 컵스에서 35게임 출장에 그쳤다. 8월 초 지명할당 처리된 상태다. 디디 경 역시 장점인 공격력을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필리스에서 8월에 방출됐다.
결국 다저스가 플랜 B를 생각한다면 트레이드가 유력하다. 관련해 지난 1월 초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유력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제안이었다. 이런 내용이다.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김하성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해야 한다.”
SI는 그 근거를 몇 가지 들었다. ▶ 수비가 좋다. 체격은 작지만 몸 전체를 이용할 줄 안다. 매니 마차도나 에릭 호스머 같은 동료들도 인정하는 실력이다. ▶ 럭스를 유격수 자원으로 분류하지만,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다. 주로 2루수를 맡으면서도 수비에 불안감을 노출했다. ▶ (김하성은) 계약 기간이 2년 남아 있고, 첫 해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지난 시즌 0.251/ 0.352 / 0.383(타출장)로 공격력도 업그레이드 됐다.
그럴 듯한 얘기지만 주장에 그쳤다. 양쪽 모두 실제 움직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다르다. 아시다시피 다저스가 급해졌다. 파드리스 쪽 상황도 많이 변했다.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다. 3루수 매니 마차도마저 잔류시켰다. 둘 다 11년짜리 철밥통이다. 때문에 김하성의 활용폭은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2루에서 경쟁자들과 이닝을 나눠야 한다.
물론 쉽게 성사될 일은 아니다. 운명적인 걸림돌이 있다. 순위 싸움을 해야하는 지구 라이벌 관계다. 게다가 파드리스는 아쉬울 게 없다. 괜히 다저스 좋은 일을 해줄 이유가 없다. “Beat LA”의 함성이 귓전을 맴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거래를 전혀 못할 사이도 아니다. 역사적 근거가 있다. 2014년 겨울을 기억하시라. 세상이 놀랄 빅딜이 성사됐다. 다저스는 간판 스타 맷 켐프를 처분했다. 연봉 일부를 보전해주는 조건이었다. 대신 신부님들은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마이너리그 투수 2명을 내줬다.
이 작업은 양쪽 프런트 수장들의 부임 초기에 이뤄진 일이다.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과 파드리스의 AJ 프렐러 GM이다. 프기꾼, 매드맨으로 불리는 트레이드 중독자(?)들이다. 둘은 지난 해에도 맷 비티와 리버 라이언의 교환 작업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여전히 현직이다.
유격수 시장은 투수 못지않다.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늘 공급 부족 상태다. 샌디에이고는 소리 소문 없이 2루수 한 명을 데려왔다. 터프가이 루그네드 오도어(29)다. 마이너 계약을 통해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김하성과 역할이 겹친다. 다저스도 마찬가지다. 럭스의 부상 직후 브라이슨 브리그먼(28)과 계약했다. 매리너스와 말린스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유격수 겸 2루수다.
아무튼. 다저스 입장에서는 김하성이 탐나는 존재다. 그 점은 분명하다. 전력적인 면에서 현재 플랜(미겔 로하스) 보다 낫다. WAR로 치면 2배 이상 높다(fWAR 3.7, bWAR 5.1). 유틸리티로도 손색없다. 무엇보다 나이, 남은 계약 기간(2년), 연봉. 모든 조건이 홀가분하다. 문제는 프기꾼이 어떤 베팅을 하느냐다. 그리고 매드맨이 이를 콜 하느냐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