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 거포 스즈키 세이야(31⋅시카고 컵스)가 결국 옆구리 부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지 못한다. 좌타자 일색이 된 일본은 다시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트라우마였던 한국의 ‘젊은 좌완 투수’를 주목하고 있다.
스즈키는 지난 주 컵스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옆왼쪽 구리 긴장 증세를 느꼈다. 가벼운 통증은 아니었고 결국 스즈키는 WBC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나아가 메이저리그 개막전도 불투명하다.
스즈키는 1일 일본 ‘산케이스포츠’ 등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아팠을 때보다는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통증 자체가 있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됐다. 갑자기 통증이 와버린 느낌이다”라며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부위다. 개막전에 맞춰서 복귀하면 최고겠지만 개막전을 목표로 초조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즌 도중 이탈하는 것은 절대 싫다. 제대로 치료하고 나서 경기를 뛰고 싶다”라며 부상 상태를 전했다.
WBC 불참에 대해서는 “WBC를 기대하고 있던 팬들에게 죄송하다. 일본 대표팀에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확실하게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스즈키의 이탈은 일본 대표팀 구리야마 감독 입장에서 전력 이탈 이상의 고민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특히 한국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투타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56홈런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를 비롯해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 겐다 쇼스케(세이부 라이온즈) 등 선발 라인업에 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좌타자로 구성된 일본이다.
일본은 과거 구대성, 봉중근부터 김광현까지 한국의 ‘좌완 킬러’들에게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좌완 투수는 일본에 트라우마와 같았다. 주력 타자들이 대부분 좌타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마땅히 대처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중심타선에 포진할 우타 거포 스즈키의 존재는 위협적이었다.
물론 스즈키가 빠지더라도 대안이 넘치는 일본이지만 최정예 전력으로 한국을 확실하게 억누르겠다는 일본의 구상은 다소 삐걱거리게 됐다. 현재 스즈키의 대체선수로 고려되고 있는 선수들인 치카모토 코지(한신 타이거즈), 니시카와 료마(히로시마 도요카프), 마키하라 다이세이(소프트뱅크 호크스) 좌타자인 점도 ‘한국의 좌완 선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스즈키의 대체선수 모두 좌타자다. 스즈키를 제외한 야수 14명 중 우타자는 6명 밖에 되지 않고 포수진의 카이 다쿠야, 나카무라 유헤이, 1루수 야마카와 호타카, 오카모토 카즈마, 마키 슈고, 2루수 야마다 데츠토 등 우타자들이 같은 포지션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강철 한국대표팀 감독을 종합하면 도쿄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 나섰던 지난해 13승의 우투수 고영표는 9일 호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10일 한일전에는 지난해 11승의 좌완 구창모가 선발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명의 후보는 지난해 10승을 거둔 이의리로 좌타자가 많은 일본전에 안성맞춤’이라며 한국의 젊은 좌완 투수들을 일본전 선발로 꼽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불펜 기용을 점치면서 선발 이후 좌완 불펜 릴레이에 대한 걱정도 내놓았다. 매체는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과 양현종 등 한국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두 좌완 투수를 구원으로 기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일본 킬러로 불렸던 김광현이다. 최대 라이벌 일본을 향해 한국이 좌완 릴레이를 펼칠 것을 각오해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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