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미국을 넘나드는 장거리 강행군에도 대표팀 주전 안방마님은 동료를 먼저 걱정했다. 미국 투손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는 대표팀 주장 김현수의 문자를 받고 마음이 편치 못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대표팀 전지훈련을 마친 양의지는 1일 오전 김기태, 정현욱, 배영수 코치, 이의리, 원태인, 박세웅과 함께 소규모 그룹을 이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양의지는 당초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전체 코칭스태프와 이정후, 김광현, 고영표 등 12명의 선수와 함께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투손을 떠나려던 대표팀에게 기체 결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며 먼저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대표팀은 3개 조로 나뉘어 LA로 이동해 LA에서 2대의 인천행 비행기에 나눠 탑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 김광현, 이정후, 고영표 등을 태운 현지 국내선 항공편이 기체 결함 탓에 이륙하지 못했고,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통해 LA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충분히 갈 길을 7시간을 넘게 달리게 된 것. 당연히 원래 타려던 LA발 인천행 비행기 탑승도 불발됐다.
공항에서 만난 양의지는 장거리 비행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나보다 현지에서 7시간을 더 보낸 친구들이 더 힘들 것이다. (김)현수에게 투손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아서 아까 전화했는데 받지 않더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라고 후발대 동료들을 걱정했다. 양의지는 소속팀 두산이 호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며 2월 한 달간 한국, 호주, 미국을 넘나드는 강행군을 펼쳤다.
KBO는 다행히 빠르게 대체 항공편을 찾았다. 이에 기체 결함으로 LA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선수들이 예정보다 12시간 가량 늦은 3월 1일 오후 5시 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됐다. 양의지는 “곽빈, 정철원도 그 쪽 비행기가 아닌가”라고 대표팀에 차출된 두산 동생들을 향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강철호는 지난달 중순부터 보름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WBC 대비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예상치 못한 날씨 변수로 훈련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대표팀 주전 안방마님은 만족감을 표했다.
양의지는 “훈련을 잘하고 온 것 같다”라며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시차를 빨리 적응해야 한다. 오늘 쉬고 내일 훈련인데 일단 감독님께서 아직 오시지 않아서 오늘 저녁에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라는 이강철 감독의 우려에는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양의지는 “감독님 생각과 다르게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도 있다. 단기전은 어차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쓰면 된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나가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가장 공이 좋은 젊은 투수를 묻는 질문에는 팀 동료 곽빈을 언급했다. 양의지는 “우리 팀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곽)빈이가 가장 몸을 잘 만들어 왔다. (정)철원이도 곧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캠프를 마친 양의지의 시선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호주전에 쏠려 있다. 객관적 전력 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호주이지만 첫 경기와 단기전이라는 변수 때문에 방심은 없다.
양의지는 “야구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치로 해서 호주를 비롯해 모든 나라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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