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2회 말 수비가 어수선하다. 선두 타자(김태훈)에게 2루타를 맞고 출발했다. 이어 중전 적시타(김헌곤)로 선제점을 잃었다. 와중에 허술한 중계 플레이로 타자를 2루까지 보내준다.
여기부터 선발(정성종)이 흔들린다. 볼넷-폭투-또 볼넷. 무사 만루를 자초했다. 영점은 여전히 불안하다. 밀어내기로 2점째를 잃었다. 벤치는 참지 않는다. 일찌감치 단행되는 투수 교체다. 서준원이 공을 넘겨 받았다. 하지만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잃었다. 스코어 0-3이 됐다.
뒤 돌아선 3회 초, 반격이 시작된다. 정훈-노진혁이 걸어 나간다. 1, 2루에서 적시타(윤동희)가 물꼬를 텄다. 후속 안권수의 땅볼로 스코어 2-3이다. 이제 앞집 뒷집이다.
팽팽한 겨루기는 5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문제의 6회 초. 선두 윤동희가 3ㆍ유간을 뺐다. 다음 김민석은 큰 바운드로 1루수를 넘긴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3루까지 충분하다. 무사 1, 3루.
이어진 이호연 타석이다. 뜻밖의 작전이 나온다. 처음에는 1루 주자와 치고 달리기인 줄 알았다. 타자가 크게 헛스윙하고, 김민석은 도루 시도다. 상대 포수(김재성)는 서둘러 2루로 저격했다.
하지만 함정이었다. 사실은 더블 스틸이다. 그 순간 3루 주자 윤동희도 스타트했다. 유격수(김재상)가 재빨리 공을 잘라 홈으로 뿌렸지만, 이미 늦었다. 바운드 된 송구를 포수가 놓치며 세이프, 3-3 동점이 됐다.
여기서 흐름이 바뀐다. 롯데는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호연, 한동희, 고승민의 적시타가 연달아 터진다. 단숨에 4득점, 결국 6-3의 역전승으로 게임을 끝냈다. 어제(2월 28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자이언츠-라이온즈의 연습 경기 장면이다.
양 팀은 이날 주력 선수들을 대부분 출장시켰다. 삼성이 김지찬, 김현준, 구자욱, 김동엽, 김헌곤 등의 라인업을 꾸렸다. 롯데도 안치홍, 렉스, 한동희, 전준우, 정훈, 노진혁을 출장시켰다. 정규시즌을 방불케 하는 배팅 오더였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전력질주는 기본이다. 다이빙 캐치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앞서 설명한 6회 초 롯데의 기습 작전이다. 허를 찔러 2-3 열세를 3-3으로 바꿨다. 여기서 주도권을 잡고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다.
일단은 그 기발함과 과감성이 돋보인다. 그래봐야 연습 경기 아닌가. 굳이 필살기까지 꺼내 들 필요는 없다. 아직 6회다. 그리고 무사 1, 3루다. 상대가 큰 허점을 보인 것도 아니다. 그런 상식과 평범함을 파고 들었다. 이런 더블 스틸은 정규 시즌이라도 망설일 작전이다.
그런데 실행했다. 그리고 성공시켰다. 마지막 세이프 장면을 보시라. 몸을 던지는 앞 슬라이딩이다. 아무리 2년차 신예(윤동희)라고 해도 쉽지 않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그런 낭패가 없다. 굳이 연습 경기에? 그걸 감수하는 장면이다. 그들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진지함은 뒤지지 않았다. 이날 게임 직후다. 덕아웃 앞에서 집합(?)이 걸렸다. 이병규 수석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둥그렇게 모인 도열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연습 경기라지만 5연패다.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열중 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의 자평이다. “투수 파트가 경기 초반에 고전했지만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며 게임을 리드할 수 있었다. 특히 공격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점수를 뽑아냈다. 어린 선수들이 (괜찮은 경기를 해서) 플레이 시간도 길게 가져갈 수 있었다. 책임감 있는 자세들을 보여줬다.”
지바 롯데전에 이어 연습 경기 2연승이다. 기분 좋은 승장의 코멘트는 이어진다. “날씨가 안 좋았는데, 오랜만에 야구 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선수들이 경기 준비할 때부터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사실 연습(시범) 경기 잘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승률 0.001도 올라는 것 아니다. 정규 시즌과 상관관계?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때문에 헤프게 웃을 이유도 없다. (연습)시범 경기 1등, 정규 시즌 꼴등이라는 속설도 실재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반전이 필요한 그들이다. 간절하고, 절박한 몸부림이 차곡차곡 모여야 한다. 그래야 주변이 바뀐다. 그래야 자신들도 달라진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