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박고 키운다" LG에 제2의 박병호 뜨나, 군대도 미루고 2023 올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3.01 12: 00

LG 거포 유망주 이재원(24)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상무야구단 입대 지원을 했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했지만 2차 실기 테스트를 앞두고 지원을 철회했다. 염경엽(55) 감독이 LG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뒤 이재원의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재원은 “감독님과 면담이 컸다.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상무 지원 철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저한테 기회를 주신다면서 확신을 주셨다. 타격 이론적으로도 감독님과 맞아떨어져 같이 해보고 싶었다.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네 스윙을 하면 삼진을 먹어도 되니 직구 타이밍에 늦지 말라. 차라리 변화구에 헛스윙해라. 공을 갖다 맞히거나 밀어치지 말고 스윙을 하라”는 조언을 이재원에게 건넸다. 삼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화구에 약했던 이재원의 고민을 해소하는 면담 시간이었다. 

LG 이재원이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2.05 /jpnews@osen.co.kr

서울고 출신으로 지난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LG에 입단한 이재원은 192cm, 100kg 거구로 전형적인 장사 체형이다. 청주에서 야구를 시작한 그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권의 잘하는 선수들에게 지기 싫었다.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와 요가를 많이 해서 몸을 키웠다”고 떠올렸다. 떡 벌어지는 어깨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승부 근성이 남다른 그이지만 2020년 1군 데뷔 후 3년간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해 85경기 홈런 13개로 장타력을 보여줬으나 타율 2할2푼4리로 정확성에 약점을 드러냈다. 25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100명 중 삼진율(30.4%)이 가장 높았다. 외야 자원이 풍부한 팀 사정으로 인해 몇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벤치에 앉아야 했다.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원은 “결과를 내야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공이 보이면 다 치겠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았다”며 “염경엽 감독님은 기회를 보장해주신다고 하니 감사하다. 배팅 칠 때마다 항상 ‘너를 박고 키운다’고 말씀하신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주셔서 심적으로 안정된다. 이제는 급하게 하지 않고 넓게 보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이재원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2.07 /jpnews@osen.co.kr
염 감독도 “이재원은 야구에 대한 생각 자체가 좋다. 성공하고 싶은 의지나 열정이 분명 있다. 이런 선수들에겐 안정감을 주는 게 발전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잘하든 못하든 풀시즌을 한 번 해봐야 그 경험으로 다음 시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주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지 않은 유망주를 일찌감치 ‘붙박이’ 주전으로 못박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재원에게서 박병호(KT)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다. “우리 팀 4번타자로 만들어보겠다. 박병호처럼 키워보고 싶다. 지금까지 KBO리그 외국인 타자 중 타이론 우즈와 에릭 테임즈의 파워가 최고였는데 박병호와 이재원은 그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염 감독의 설명이다. 박병호도 지난해 11월 KBO 시상식에서 차세대 홈런왕으로 이재원을 꼽은 바 있다. 
LG 이재원이 엑스트라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2.07 /jpnews@osen.co.kr
이재원을 살리기 위해 염 감독은 그의 포지션도 외야에서 1루수로 바꿨다. 출장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 캠프에서 1루 수비 훈련에도 적잖은 시간을 쏟는 이재원은 “감독님께서 1루가 되냐고 하셔서 무조건 된다고 했다. 고교 때 1루를 봤는데 지금 김일경 코치님에게 배워 1부터 10까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며 “타순을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 나가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 감독님과 주변 기대가 부담되는 것보다 감사하다.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올해 잘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는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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