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이어 고국행 비행기까지 이강철호를 배신했다. 내달 9일 WBC 본선 1차전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체력에 비상이 걸린 한국 야구대표팀이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된 WBC 대비 전지훈련을 마치고 LA를 거쳐 3월 1일 오전 5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투손을 떠나려던 대표팀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대표팀은 3개 조로 나뉘어 LA로 이동해 LA에서 2대의 인천행 비행기에 나눠 탑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 김광현, 이정후, 고영표 등을 태운 현지 국내선 항공편이 기체 결함 탓에 이륙하지 못했고,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통해 LA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충분히 갈 길을 7시간을 넘게 달리게 된 것. 당연히 원래 타려던 LA발 인천행 비행기 탑승도 불발됐다.
KBO는 다행히 빠르게 대체 항공편을 찾았다. 이에 예정보다 12시간 가량 늦은 3월 1일 오후 5시 경 인천국제공항 귀국이 확정됐다. 그러나 선수단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긴 공항 대기 시간에 예정에 없던 7시간 장거리 버스까지 겹치며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됐다. 소형준은 개인 SNS를 통해 “집에 보내주세요 제발”이라고 호소했고, 이정후는 “한국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구나”라고 탄식했다.
WBC 대표팀은 투손 전지훈련 때부터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그들을 가장 괴롭힌 건 날씨. 연평균 최고 기온이 섭씨 23도, 최저 기온이 11도인 투손 날씨는 스프링캠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변덕이 심했다. 2월 중순 강추위와 함께 눈이 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잠깐 애리조나다운 온화한 날씨를 보이다가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 뒤 초겨울처럼 공기가 차가워졌다.
악천후에 시달린 대표팀은 예정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23일 KT와의 연습경기는 강풍, 27일 LG전은 강풍을 동반한 우천으로 각각 취소됐고, 실전에서 충분한 공을 못 던진 투수들은 하이브리드 연습경기와 불펜피칭으로 취소된 일정을 대체했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은 “투수들의 몸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하며 “고척 SSG 연습경기 또한 SSG 마운드에 대표팀 투수가 등판하는 하이브리드 경기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체 결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국내 훈련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대표팀은 2일부터 고척돔에서 이틀 동안 훈련하고 4일 결전의 땅인 일본으로 출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선수들이 1일 오전이 아닌 오후 늦게 귀국하게 되면서 당장 2일 훈련 시간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회복을 위해 아예 훈련이 취소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장거리 이동에서 발생한 피로를 풀고 시차 적응을 할 시간도 부족해졌다.
WBC 본선 첫 경기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시차 적응하면서 상대 국가들을 분석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추운 날씨, 기체 결함 등 돌발 상황으로 인해 도쿄돔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진 이강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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