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코치는 사우나로.
KIA타이거즈의 아찔했던 LA공항발 지연귀국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과 코치진의 선수들을 향한 훈훈한 마음씀씀이가 귀감이 되고 있다.
KIA 선수단은 애리조나 1차 캠프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려다 LA 공항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5일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악천후로 인해 LA 공항에 착륙에 실패하고 인근 온타리오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두 번이나 착륙을 시도했으나 강풍으로 인해 급강하하고 기체가 크게 흔들리는 등 추락 위기까지 내몰렸다. 기내의 선수단은 생전 경험하지 못한 공포에 휩싸였다. 기장이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인근 공항으로 돌려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선수단이 묵을 숙소를 갑자기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최병환 운영팀장을 비롯해 프런트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겨우 LA 시내에 숙소를 마련했다.
그런데 선수단을 모두 수용할 만한 방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김종국 감독은 "나와 코치들보다 우리 선수와 고생한 직원들이 우선이다. 무조건 선수들부터 재워라"라고 지시했다.
결국 선수들은 물론 훈련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불펜포수들까지 호텔 숙소에 묵을 수 있었다. 선수들은 악몽과 같았던 기내체험을 잊고 평온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대신 김종국 감독과 코치들은 어디로 갔을까? 방을 구하지 못하고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사우나(목욕탕)로 향했다. 이름이 하필이면 모그룹과 같은 '현대' 사우나였다. 감독과 코치들은 동네 아저씨들 같은 모습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꿀맛 휴식을 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KIA 직원은 "감독님이 무조건 선수들 부터 챙기시라고 하셨다. 감독님과 코치분들의 배려에 선수들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것이 원팀이 아닌가"라며 웃었다.
김감독은 "선수들도 힘들었고 직원들도 대처하느라 고생 많았다. 우리야 아무곳에나 자면 어떤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