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데…’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향하고 이제 실전 모드로 돌입한 시점, 프리에이전트(FA) 시장도 점점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어급 FA 선수들은 일찌감치 소속팀을 찾은 가운데 해를 넘기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도 팀을 찾지 못한 선수는 4명이 있었다. 투수 정찬헌 강리호, 외야수 이명기 권희동은 모두 냉혹한 시장의 평가를 받았고 은퇴 위기까지 몰려 있었다.
그러나 이명기와 권희동은 역설적으로 NC의 도움으로 은퇴 위기를 딛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NC는 시장 초기, 두 선수를 붙잡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했지만 결국 두 선수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명기는 지난 14일 NC와 1년 최대 1억 원에 계약한 뒤 사인 앤 트레이드로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7일 권희동이 NC와 1년 최대 1억2500만 원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다.
이명기는 C등급으로 보상 문턱이 낮았음에도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권희동은 B등급으로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이라는 보상의 제약이 FA 계약을 험난하게 했다.
그래도 이들은 필요에 의해 느즈막한 시점에라도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시장 가치는 떨어질 지언정 아직 1군 뎁스 선수로는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 아직 외야진의 경험이 부족한 한화에 통산 타율 3할을 훌쩍 넘는 이명기의 경험은 기존 선수들을 긴장케 할 수 있다. 권희동 역시 다방면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우타 외야 자원이기에 세대교체 수순의 외야진이라도 활용 가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 장기레이스에서 투수의 존재가 더 귀하고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 현장 및 구단 관계자들이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현재 KBO리그 투수진의 뎁스와 현실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도 1군 경험이 풍부한 투수들이라면 구단들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FA 시장에서 미계약으로 남은 두 선수 모두 투수다. 우완 투수 정찬헌은 선발과 불펜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통산 389경기 48승53패 46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0의 성적을 거뒀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 이슈, FA B등급으로 권희동과 마찬가지의 보상 규모를 가진 만큼 이적이 자유롭지 않다. 원 소속팀 키움의 입장은 보상선수 없는 사인 앤 트레이드에 열려있다. 그러나 잔류의 길은 사실상 닫힌 것이나 다름 없다.
C등급의 좌완 투수 강리호의 상황은 더 나쁘다. 롯데와 재결합 문은 사실상 닫혔다. 그렇다고 타구단 이적의 가능성이 열려 있지도 않다. 강리호는 2월 초,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찬헌의 상황보다 더 나쁘다. 좌완 투수로서 402경기 31승29패 2세이브 48홀드 평균자책점 5.07로 좌완 불펜으로서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