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가 저절로 생기더라".
KIA타이거즈가 LA발 귀국연기로 인해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부분 변경했다. 예정된 오키나와 출발이 하루 늦어진데다 항공편이 여의치 않아 선수단은 27일과 28일 인천에서 분산 출발한다. 따라서 27일 자체 훈련과 28일 한화와의 연습경기는 취소했다. 야수조가 합류하면 오는 1일 삼성과의 연습경기부터 정상훈련을 시작한다.
그만큼 귀국연기가 연쇄적으로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선수단은 LA 공항의 악천후로 인한 착륙 실패의 충격파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었다. 피닉스에서 출발해 LA 공항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으나 공항 일대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여러차례 착륙시도를 하려다 실패하고 인근 온타리오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착륙시도와 재이륙 과정에서 선수단은 추락할 수도 있다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기내에는 비명이 뒤섞이는 공포의 현장이었다. 27일 일본 출발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만난 김종국 감독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선수들이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특히 정명원 투수코치는 "착륙하면서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것 같았는데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그대로 두 번이나 다시 이륙했다. 추락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모 선수는 무사히 귀국한 직후 가족에게 "못 볼 줄 알았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KIA 직원은 "당시 기내에서 미국 승객은 유서를 쓰는 것도 봤다. 그 만큼 위기상황이었다"고 말했다.
KIA 운영팀 직원들의 위기대처 능력도 박수를 받았다. 갑자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온타리오 공항에 착륙하면서 선수단이 묵을 현지 숙소와 이동 교통편에 대체 항공편까지 마련하느라 한숨도 못잤다. 직원들의 일당백 활약에 선수들은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쳐 위기를 벗어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김 감독은 "모두들 위기가 되니까 전체가 마음을 합치는 모습을 보았다. 선수들도 팀워크가 저절로 생긴 것 같다"며 위기에서 힘을 내준 선수단에 공을 돌렸다. 사선에서 돌아왔으니 힘을 합치는 에너지로 만들자는 주문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