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4할 맹타를 휘둘렀던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3)은 또 다시 ‘변신’을 준비한다. 롯데의 멀티 포지션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일까.
고승민은 지난해 92경기 타율 3할1푼6리 74안타 5홈런 30타점 OPS .834의 기록을 남기면서 손아섭(NC)이 떠난 공백을 채우며 후계자로 떠올랐다. 대형 2루수 재목으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현역 군 복무 이후 본격적으로 외야로 전향, 잠재력을 꽃피우고 시작했다. 특히 후반기에는 50경기 타율 4할1푼4리 53안타 2홈런 18타점 OPS 1.012의 성적으로 이정후(키움) 이상의 역량르 과시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사실상 주전 우익수였기에 올해 역시 라인업 카드에 고승민은 붙박이 우익수로 풀타임 시즌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고승민은 다시 내야로 돌아왔다.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2루수가 아닌 1루수지만 고승민은 또 다시 겸업을 준비한다.
당장 1루수가 가능한 자원은 많다. 베테랑 정훈을 비롯해 한동희, 김민수, 이호연, 안치홍, 전준우 등 1군에만 1루 가능 자원이 즐비하고 2군에도 김주현까지 대기하고 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는 명분도 있겠지만 공격과 수비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될 것이다. 올해 지명타자는 사실상 전준우가 맡는다. 황성빈, 렉스, 고승민 그리고 올해 영입된 안권수까지 주전 외야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황성빈과 안권수가 라이벌 관계를 갖는데, 만약 수비 강화 포석을 둔다면 고승민이 빠지고 안권수와 황성빈이 동시에 들어가서 넓은 외야를 커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렇다고 고승민의 타격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외야를 강화하고 고승민의 타격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고승민의 1루 겸업을 시도하는 것. 야수진에 휴식이 필요한 경우에도 고승민의 1루 기용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전준우도 당장 외야 수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 만큼 여러 장의 카드를 쥐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경기 중후반 승부처 상황에서 변화가 있을 경우에도 이러한 수비 포메이션을 가동하게 되면 다방면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 하는 시나리오가 늘어나게 된다.
고승민은 괌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부터 1루 자리에서 펑고를 받으며 감각을 익혔고 외야 훈련은 엑스트라 훈련으로 보충하는 등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22일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에서도 고승민은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내야에서 송구가 다소 아쉬웠지, 수비시 발놀림 자체는 장신(189cm)에도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1루수 자리에서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 하지만 1루수에게 요구되는 수비 포메이션시 상황에 따른 다양한 위치선정은 고승민이 새로 익혀야 할 숙제다. 다만 고승민의 1루 기용은 2루 안치홍, 3루 한동희 등 기존 내야진의 공수가 안정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가능할 수 있다. 아직 1루 자리가 익숙치 않은 고승민이기에 기존 내야진의 수비력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내야에 ‘시한폭탄’ 하나를 더 들이는 셈이기 때문.
그럼에도 롯데는 고승민에게 풀타임 1루수 가능 여부도 타진할 예정. 하지만 이러한 여러 환경들이 만들어져야 구상을 온전히 펼칠 수 있다. 주전 3루수로 준비를 했지만 한동희도 1루수 겸업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승민에게 1루 기회가 얼마나 돌아갈지도 지켜봐야 한다.
기나 긴 시즌을 펼치면서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경기 운영에 윤활유를 붓는 격이다. 유연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과연 고승민의 1루수 카드는 롯데에 어떤 파장과 변화를 몰고오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