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박진만(47)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취임한 후 최고참모인 수석코치에 LG 트윈스 레전드 출신인 이병규(49) LG 퓨처스 감독을 영입했을 때 야구계는 다들 의아해했다. 박진만 감독과 이병규 수석은 선수시절부터 코치때까지 한 팀에서 함께 활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후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SK와 삼성에서 코치생활을 줄곧 이어오다 감독에 올랐다. 이 수석은 1997년 LG에서 데뷔해 일본 프로야구 진출 시기(주니치 드래곤즈)를 빼곤 LG에서 선수생활과 코치생활을 다한 뼛속까지 ‘LG맨’이었다. 학연이나 지연도 없었다. 인천출신으로 인천고를 비롯해 인천에서 학교생활을 이어온 박 감독과 서울출신으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 나온 이수석이기에 둘의 접점이 없었다. 나이도 1974년생인 이 수석이 박 감독보다 2년 선배이다. 이러니 둘이 한팀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하는 것에 의아해 할 수 밖에.
하지만 둘의 인연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어져 오고 있었다. 박 감독은 “이수석과는 국가대표팀에서 만나 줄곧 인연을 이어왔다. 시즌 중에도 원정 중에 사석에서 자주 만나 야구 이야기 등을 나눴고 가족들과도 모임을 갖고 있다”며 둘 사이 인연이 꽤 오래됐음을 밝혔다. 둘이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동메달을 딸 때 부터였다고.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며 동메달을 따면서 둘은 인연을 소중하게 키워왔던 셈이다. 이런 사연으로 맺어진 둘은 대구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올 시즌 돌풍을 다짐하고 있다. 이 수석이 스토브리그서 호주 질롱코리아팀 감독으로 활동하는 바람에 둘은 2월 스프링캠프부터 손발을 맞추며 팀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 삼성 전지훈련에서 박 감독은 ‘아빠’로, 이 수석은 ‘엄마’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단에 ‘경쟁’과 ‘훈련’을 강조하며 엄한 아빠 노릇을 하는 반면에 이 수석은 선수들과 코치들의 어려운 부분들을 다독거리며 받아주는 엄마 노릇을 해주며 전지훈련을 잘 지휘하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진다는 게 안팎의 평이다.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기에 가능한 일.
이 수석은 “우리 감독님 너무 무섭다. 얼굴은 미소를 띠지만 훈련 때보면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붙인다”며 박 감독에 대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낸다고.
엄한 ‘아빠’와 자상한 ‘엄마’ 노릇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는 한국야구 레전드 출신들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사다. 삼성과 LG에서 쌓아온 둘의 그동안 노하우가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궁금하다.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