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업셋을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이 기간 LG 감독 중 역대 두 번째 높은 승률(.585)을 올린 류지현 전 감독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우승 아니면 실패’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임한 염경엽(55) LG 감독의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3년 계약을 받은 염경엽 감독은 우승만큼 미래를 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염 감독은 “큰 부상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이 각자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고민한 뒤 정립하는 시간이다. 캠프에 와서 폼을 고민하고 바꾸는 것보다 한 가지로 꾸준하게 계획대로 하고 있다. 연습이나 시범경기에는 이런 선수들의 성장을 체크할 것이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크게 3가지 테마를 잡고 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의 페이스 유지, 부진하거나 침체된 선수들의 반등,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당장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서 현재에 집중하기도 바쁘지만 염 감독은 미래를 보고 젊고 ‘성장주’에 가치 투자하며 인내할 각오가 됐다.
LG는 각 포지션별로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내야 이재원, 송찬의, 손호영, 외야 문성주 등 유망주들이 넘친다. 투수도 선발 강효종, 조원태, 박명근, 중간 성동현, 유영찬 등이 새로운 전력으로 염 감독의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1군 외야 주전급으로 자리잡은 문성주는 어느 정도 입지가 있지만 이재원, 송찬의, 손호영은 1~2군을 오르내렸다. 염 감독은 “이재원, 송찬의, 손호영은 1년간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몸 관리를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려 한다. 잘하든 못하든 풀시즌을 한 번 해봐야 그 경험으로 다음 시즌에 발전할 수 있다. (1~2군) 왔다 갔다 하면 의미 없다. 그러면 선수도 불안하고,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야구만 잘한다고 이런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 염 감독은 “이재원, 송찬의, 손호영은 야구에 대한 생각 자체가 좋다. 야구 열심히 안 하고, 잡생각 많으면 충격 요법을 줘야 하지만 이 선수들은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열정이 분명 있다. 이런 선수들에겐 안정감을 주는 게 발전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고 설명했다.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 쪽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줄 생각이다. 4년차가 된 김윤식, 이민호와 함께 국내 선발진을 이룰 남은 한 자리에 우완 강효종, 좌완 조원태, 사이드암 박명근 등 1~3년차 영건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만 LG가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는 점이 성장해야 할 선수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에서 즉시 전력이 되지 않는 유망주는 비난에 노출되기 쉽다. 염 감독은 “못할 때 누군가 버텨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팬들한테 욕을 먹더라도 누군가 바람 막이를 해줘야 클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커야 팀 뎁스도 강해질 수 있다”면서 방패 막이를 자처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 선수들이 빠르게 1군 전력으로 성장, 성적과 미래를 모두 잡는 것이다. 염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이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승부처가 되는 8~9월에 팀이 더 힘을 쓸 수 있다. 포스트시즌 가서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