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하위 한화에 2연패한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우승 후보 LG에 일격을 가했다. WBC에서 두 번이나 한국을 울린 네덜란드의 경기력이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지난 200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초대 외국인 타자였던 헨슬리 뮬렌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를 7-5로 이겼다.
7회까지 0-4로 끌려다닌 경기였지만 8회 7득점 빅이닝으로 한순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1사 1루에서 LG 마지막 투수 배재준 상대로 아데마르 리파엘라가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렸고, 잰더 비엘이 쐐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네덜란드가 승기를 굳혔다.
LG는 리그 최다 6명의 선수가 WBC 대표팀에 차출됐고, 오스틴 틴과 이재원이 옆구리에 가벼운 담 증세로 이날 경기에 빠져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다. 6실점한 배재준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투수들은 호투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준수했지만 8회 네덜란드의 몰아치기에 당했다.
네덜란드는 앞서 3년 연속 KBO리그 10위 한화에 2연패한 바 있다. 첫 경기였던 20일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린 문동주를 비롯해 한화 투수들 공에 산발 4안타로 막히며 1-4로 졌고, 22일 두 번째 경기에도 노시환에게 홈런을 맞는 등 장단 15안타를 허용하며 4-15로 대패했다.
최하위 팀에 두 번이나 패했지만 정작 우승 후보 팀을 이기면서 네덜란드는 종잡을 수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어디까지나 연습경기라 승패가 중요하진 않지만 네덜란드의 전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네덜란드는 세계 랭킹 7위의 유럽 강국이다. 본토가 아닌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주축으로 2013년, 2017년 최근 두 번의 WBC 모두 4강에 진출했다. 두 번 모두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5-0으로 꺾어 ‘참사’를 안긴 팀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7년 WBC에서 네덜란드는 투수 릭 밴덴헐크, 켄리 잰슨, 내야수 잰더 보가츠, 디디 그레고리우스, 조나단 스쿱, 안드렐턴 시몬스,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 블라디미르 발렌틴 등 메이저리거를 중심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6년이 흐른 지금 현재 메이저리거는 잰슨, 보가츠, 스쿱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는 이름값이 높지만 30대 후반으로 전성기가 지난 노장들이다.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60홈런을 기록한 발렌틴은 이번 WBC를 끝으로 은퇴한다. 만 39세로 발텐틴과 동갑인 KIA 출신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도 “길어야 2~3년 더 뛰지 않을까”라며 은퇴가 머지않았음을 인정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연봉 5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가능한 FA 프로파가 추가로 대표팀에 합류하며 타선에 힘이 실렸지만 투수력이 약하다는 평가. 6년 전 에이스였던 밴덴헐크가 1년 전 은퇴했고, 잰슨은 2라운드부터 참가하는 때문에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뒷문을 책임질 전직 메이저리거 페드로 스트롭의 역할이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대만, 쿠바, 이탈리아, 파나마와 A조에 속해있다. 1~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B조 1~2위가 유력한 한국과 4강 진출을 놓고 대결할 수 있다. 같은 조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팀에서도 네덜란드 경기에 전력분석팀을 보내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7일 또 다른 KBO리그 팀 키움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이어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