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놀랐어요.”
미국 애리조나주를 찾아 KBO리그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현장을 돌며 실전 훈련 중인 이민호(53) KBO 심판위원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날 키움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합동 훈련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가졌다. 이 경기 심판조장으로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틱을 찾은 이민호 심판은 애리조나의 한 메이저리그 투수로부터 꾸벅 인사를 받았다.
지난 2015~2018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을 뛰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메릴 켈리(35)였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 팀의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심판들에게도 모자를 벗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켈리는 1회 시뮬레이션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이민호 심판에게 다가가 반갑게 웃으며 인사한 뒤 악수도 나눴다. 켈리는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민호 심판도 켈리가 무척 반가웠다. 이 심판은 “5년 만에 켈리를 봤는데 (꾸벅 인사해서) 놀랐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며 웃은 뒤 “한국에 있을 때도 켈리는 인사를 잘하고 예의가 있는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한국에서 4년을 몸담은 켈리는 실력도 좋지만 외국인 선수로서 이렇다 할 잡음이나 논란조차 없을 만큼 모범적이었다. 선수단에 잘 융화됐고, 한국 문화도 잘 배워 심판들과 관계가 원만했다. 한국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진출, 지난 4년간 애리조나의 에이스로 도약하며 연장 계약까지 따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평범한 마이너리거였지만 한국을 다녀간 뒤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고,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최소 3300만 달러 보장 수입을 확보하며 완전히 인생 역전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에도 뽑혀 USA 로고까지 가슴에 새겼다.
켈리는 “내게 한국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에 간 것은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결정일 것이다. 한국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한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여기 애리조나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지 5년이 됐지만 오랜만에 만난 심판들도 잊지 않았다. 정중하게 한국식으로 90도 인사하며 심판들을 웃음짓게 했다. 이민호 심판은 “그러니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는 것이다”며 “오랜만에 공도 봤는데 한국에 있을 때보다 날카로워졌다”고 치켜세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