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공포였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많이 흔들렸다"
힘겹게 귀국한 KIA 선수단이 미국에서 비행기 속에서 눈보라로 인해 겪은 공포의 시간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KIA 선수단은 26일 밤 8시반 무렵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큰 사고를 겪을 뻔한 귀국길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른 KIA는 한국시간으로 25일 투손 공항을 출발해 LA 공항을 거쳐 26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LA 공항 착륙을 앞두고 눈보라를 만났다. 귀국한 KIA 관계자는 "현지 시간 밤 10시쯤 LA 공항에 도착해 밤 11시반에 인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밤 10시쯤 착륙을 시도하다 눈보라로 인해 결국 안 돼 LA에서 1시간 떨어진 온타리오 공항에 착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날 오전 11시 비행기 티켓을 구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버스로 LA로 이동했다. 오전 11시 출발 예정이었는데, LA 공항 활주로 사정으로 오후 2시에서야 겨우 출발했다"고 지연 도착을 설명했다. 처음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가량 늦게 도착했다.
LA 공항 상공에서 비행기는 두 번이나 착륙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은 비행기 안에서 40분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귀국한 변우혁은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며 생생한 경험을 알려줬다. 그는 "날개쪽 창가에 앉았는데, 날개 쪽에 불빛이 들어오잖아요. 불 들어올 때 봤더니, 눈이랑 비가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날리는게 보이더라. 생각보다 너무 무서웠고, 진짜 살면서 제일 극한의 공포였다. 두 번째 착륙 시도를 할 때는 진짜 앞으로 고꾸라져서 몇 초 동안은 추락하는게 느껴졌다”고 당시 공포 상황을 설명했다.
KIA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 대부분이 비명을 지르고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도영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비명을 지르는 선배 형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한다.
변우혁은 “진짜 소리를 너무 많이 질렀다. 그런데 나랑 석환이 형은 소리 지르고 있는데, 도영이가 옆에서 나랑 석환이 형 소리 지르는 것을 담아야 된다고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더라. 창문 밖도 찍고 그러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추락의 공포를 겪는 순간에 김도영은 동영상을 찍을 정도로 대단한 멘탈을 보여준 것.
김종국 감독은 “내가 비행기 타 본 것 중에 제일 많이 흔들렸지 않았나 싶다”며 “나 뿐만 아니라 선수단도 아마 다들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을 거다. 다른 공항에 착륙했을 때 박수 소리도 나더라”라고 말했다.
투수 김기훈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무서웠다. 다들 소리 지르고 했다. 착륙하고서 나도 박수를 쳤다. 그런데 지난 일이라서 지금은 괜찮다"고 다소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귀국 일정이 미뤄진 KIA는 오키나와 2차 캠프 일정도 바꿨다. 당초 26일 출국 계획이 무산됐고, 선수단은 27일과 28일 이틀에 나눠 출국한다. 27일에는 코칭스태프와 투수조(일부 야수 포함)가 출국하고, 나머지 선수단은 28일 출국한다.
김종국 감독은 "28일 예정된 한화와 첫 연습경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정상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KIA는 3월 1일 삼성전, 3일 롯데전, 5일 삼성전, 7일 한화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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