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는 류현진 말고 몰라요.”
한화 투수 장민재(33)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 4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2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 138km 직구에 포크볼 위주로 2이닝을 29개의 공으로 끝냈다.
안타 3개를 맞아 1실점하긴 했지만 빗맞은 타구들이 코스로 빠져 내준 안타였다. 오히려 3개의 탈삼진이 돋보였다. 특히 현역 메이저리거 타자 조나단 스쿱(디트로이트)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장면이 백미. 스쿱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홈런 174개를 기록한 거포이지만 장민재의 포크볼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장민재는 현역 빅리거 스쿱을 삼진 잡은 것에 대해 “솔직히 (한일 리그에서 뛴) 로저 버나디나나 블라디미르 발텐틴은 알지만 (스쿱은) 진짜 몰랐다. 메이저리거는 류현진(토로토) 말고 모른다”며 웃은 뒤 “미국 야구를 많이 보기는 하는데 투수 위주로 봐서 야수들은 잘 모른다. (상대가 누군지) 알았으면 제대로 못 던졌을 것이다”고 농담했다.
이어 그는 “변화구 컨트롤은 괜찮았는데 직구는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첫 경기치곤 나쁘지 않았는데 볼넷이 없었던 것이 좋았다. 안타는 빗맞은 게 적시타가 된 것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장민재는 지난해 32경기 개인 최다 126⅔이닝을 던지며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로 활약했다. 팀의 9연패, 10연패, 원정 17연패, KIA전 9연패를 차례대로 끊어낸 ‘연패 스토퍼’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개막전 선발은 국내 투수에게 맡긴다는 원칙 아래 부임 후 2년간 김민우를 개막전 선발로 쓴 수베로 감독은 올해 장민재도 후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장민재는 “나뿐만 아니라 (김)민우나 (문)동주도 욕심이 날 것이다. 그런 선수 기용은 감독님이 판단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캠프 기간 내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막전 선발이 아니더라도 시작부터 로테이션을 돌면서 한 시즌 내내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다. 15년 동안 늘 경쟁해왔고, 자리를 빼앗기기 싫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동생들이 갖지 못한 것을 난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장민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도 얻는다.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인 투수 이태양이 1년 먼저 FA가 돼 4년 25억원에 한화로 금의환향했다. 팀에 돌아오자마자 투수 조장을 맡아 투수진을 이끌고 있는 이태양의 존재가 장민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장민재는 “태양이가 좋은 조건으로 팀에 복귀해 축하해줬다. ‘이제 후배들 이끄는 것은 내가 할테니 너는 네 야구에만 집중해라’고 말해줘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이태양도 “민재에게 중요한 해다. 야구하면서 FA까지 하는 게 쉽지 않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재가 작년에 어린 친구들 데리고 임시 주장도 하고 많이 힘들었다. 올해는 본인 야구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해준 것이다”며 “난 FA라고 해서 부담을 갖기 보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했다. 팔자는 하늘이 다 정해줬다는 생각으로 (FA 운을) 쫓아가지 않고 따라오게끔 했다. 민재도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