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야신’ 김성근 감독이 한창 현역시절 바람이 불었던 ‘지옥훈련’이 요즘 해외전지훈련지에서 다시 유행하는 느낌이다. 김성근 감독 만큼은 아니지만 근년 들어 대세인 ‘양보다 질’을 앞세운 ‘자율훈련’ 분위기에서 이른바 야신의 후예들이 앞장서서 ‘양도 많이, 질도 높게’를 강조하고 있다.
주인공은 올 시즌 초보감독이면서 젊은 사령탑인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과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들이다. 1976년생 동갑내기인 두 감독은 사령탑에 부임하자 마자 팀전력 강화를 위해선 절대적으로 훈련량이 필요하며 선수들을 채근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시즌 대행으로 시작해 시즌 후 정식 감독에 취임한 후 시작된 일본 마무리 훈련 때부터 신진 선수들을 집중 조련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만들며 개인 기량향상을 꾀하도록 했다.
이승엽 감독도 만만치 않은 훈련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천 마무리 훈련부터 현재 한창인 호주 전지훈련까지 강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두 감독은 예전 김성근 감독 만큼은 아니지만 타팀 감독들보다는 확실히 훈련량이 늘어났다는 평가가 주류이다. 김성근 감독 시절 ‘새벽 별보고 나와서 저녁 달보고 들어간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훈련량은 확실히 타팀보다 많아졌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하위권에 머문 팀을 올 시즌부터 강팀으로 다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기존 1, 2군 선수들의 대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더욱이 스토브리그서 확실한 전력보강을 못한 두 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두 감독 모두 선수시절 엄청난 스타 출신이지만 자신들이 훈련을 통해 성장했던 산 경험이 있기에 선수들에게 많은 훈련량을 강조한다. 박진만 감독은 신예시절 엄청난 펑고를 받는 등 많은 훈련을 통해 최고 유격수 반열에 오른 경험이 있고 이승엽 감독도 프로입단 후 본격적으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많은 훈련을 쌓으며 ‘국민타자’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기에 ‘훈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또한 선수시절 김성근 감독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며 영향을 받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김성근 감독을 개인코치식으로 함께 하며 ‘성공시대’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선수 이승엽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독하게 채찍하며 일본무대에서도 최고타자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박진만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짝 스타로 탄생하고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해 ‘우승 제조기’로 활약하다가 기량이 노쇠해진 선수 말년 김성근 감독이 있던 SK 와이번스로 옮겨 ‘지옥 훈련’ 맛을 보기도 했다. 덕분에 말년까지 베테랑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현역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현재 박진만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한창인 1, 2군 전지훈련에서 어느 팀보다 많은 훈련량을 지키고 있다. 2군 퓨처스 선수단은 지난 25일 훈련을 끝으로 귀국했지만 1군 선수단은 연습경기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대부분의 팀들이 3일 혹은 4일 스케줄로 훈련과 휴식을 갖고 오전 팀단체훈련과 오후 개인자율훈련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경쟁’과 ‘훈련량’이 키워드인 삼성은 스케줄은 타팀과 비슷하지만 오후 개인 자율훈련보다는 코치들과 함께 투타 모두 집중훈련을 이어간다. 두산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에서 비슷하게 훈련이 진행된다.
김성근 감독처럼 종일 훈련으로 선수들을 녹다운 시키며 ‘영혼을 불어넣어 성공하자’는 키워드까지는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선 단내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두 감독의 지론인 셈이다.
두 제자들이 전지훈련부터 강훈련으로 선수들을 단련시킨다는 얘기에 '원조' 김성근 감독도 칭찬하며 흐뭇해하고 있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젊은 감독들이지만 의외로 복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레전드’ 출신 감독들이 올 시즌 어떤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훈련량에서는 일단 ‘레트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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