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김하성에 밀려 국가대표팀의 백업 유격수를 맡게 된 오지환(33). 그러나 아쉬워할 시간은 없다. 단기전은 백업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후반부 또한 초반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WBC 대비 4번째 평가전에 7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활약으로 대표팀의 9-0 완승에 기여했다.
오지환의 출루는 곧 득점이었다. 오지환은 2-0으로 앞선 2회 선두로 등장, 바뀐 투수 소형준 상대 우전안타로 만루 찬스의 서막을 연 뒤 강백호의 밀어내기 볼넷 때 홈을 밟았다. 이후 5-0으로 리드한 3회에는 1사 후 중전안타와 이지영의 진루타로 득점권에 도달한 가운데 김혜성의 3루타 때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선배들은 전체적으로 다 좋은 느낌이다. 다만 나 같은 경우 지금 정확히 어느 위치에 나갈지 모르겠다”라며 “일단 뒤에서 나가는 게 확실시 되기 때문에 많이 긴장이 되며 경기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WBC 대표팀에서 오지환의 신분은 주전이 아닌 백업이다. 지난해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에 이어 LG와 6년 총액 124억 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강철호에는 김하성이라는 메이저리거가 유격수 자리에 버티고 있다. 지금은 김하성이 소속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어 계속 경기에 나서지만 그가 합류하면 벤치에서 후반부 교체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
오지환은 골든글러버답게 백업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백업 신분이 더 긴장된다”라며 “머릿속으로 긴박한 상황을 설정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자 2루 상황에서 만약에 내게 타구가 오면 3루로 던지는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경기 시작 전부터 3루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라고 밝혔다.
오지환은 구체적으로 “대수비 또는 번트를 대야하는 상황에 나갈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 그 상황을 중점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승부치기도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오지환은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WBC까지 참가하며 어느덧 국가대표 단골손님이 됐다. 오지환은 “몇 번 와보니까 기분이 좋으면서도 긴장이 된다. 책임감도 커진다”라며 “무엇보다 내가 이번 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준비가 수월하다. 경기를 많이 뛸 것 같아서 의욕이 앞섰던 올림픽과 다르다”라고 전했다.
오지환의 WBC 훈련 테마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다. 그는 “솔직히 내 컨디션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경기에 나가면 투수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긴장감을 갖고 있다. 연습경기도 실제 경기라는 생각을 하고 내가 맞이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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