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LG)이 서서히 대회 공인구에 적응한 모양이다. 2경기 연속 ‘사구’를 던지며 미끄러운 공인구에 애를 먹었던 정우영은 3번째 등판에서는 깔끔하게 막았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KT 위즈와 4번째 연습경기에서 9-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 투수들은 선발 박세웅(2이닝)에 이어 정우영(1이닝), 이용찬(1이닝), 이의리(2이닝), 김윤식(1이닝), 원태인(2이닝)이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릴레이 피칭을 펼쳤다. 반면 KT 마운드에 오른 대표팀의 소형준이 2이닝 4실점, 곽빈이 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정우영의 투구가 흥미로웠다. 정우영은 앞서 2차례 연습경기에서 미끄러운 공인구로 제구 난조를 겪었다.
지난 17일 NC와 연습경기에서는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1이닝 2피안타 1사구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안중열 상대로 공이 빠지면서 헤드샷을 맞히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지난 KIA와 연습경기에서도 한 차례 폭투로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했고, 김호령의 몸을 맞히고 말았다. 2경기 연속 사구로 공인구 적응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날 정우영은 3회 대표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공인구 문제와 함께 좌타자 대응 미션을 수행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정우영은 좌타자에 비교적 약하다.
첫 타자는 좌타자 조용호. 풀카운트에서 중견수 앞에 안타를 맞았다. 이어 대타로 좌타자 최성민이 들어섰고,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또 대타로 좌타자 김준태와 승부가 이어졌다. 2구째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실점 위기에서 또다시 좌타자 대타. 전날 24일 경기에서 대표팀 구창모 상대로 안타를 때린 신인 손민석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우영은 파울, 헛스윙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고서 3구째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1이닝 16구 2피안타 1병살타 무실점. 좌타자 4명을 줄줄이 상대한 것은 이강철 감독이 정우영의 좌타자 상대를 보기 위해서였다. 비록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사구와 폭투 없이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앞서 2경기 연속 사구 기억을 떨친 것이 좋았다.
일본 WBC 대표팀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지난해 10월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키움 경기를 관전하며 우리 선수들을 살폈다. 구리야마 감독은 정우영의 변화무쌍한 투심을 보고 “볼이 어디로 올지 모르는 투수는 무섭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최고 157km의 투심을 던진 정우영은 우타자 몸쪽과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강속구가 위력적이다. 미끄러운 공인구로 인해 ‘사구’라는 변수가 걱정됐지만, 연습경기와 훈련이 계속되면서 점점 손 감각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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