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롯데 자이언츠가 제대로 된 스파링 파트너를 만난 듯 하다. 이들을 상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롯데는 괌 스프링캠프에서 혹독한 기본기 훈련을 소화한 뒤 일본 이시가키지마로 이동해 ‘자매구단’인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2군과 교류전을 치르고 있다.
지난 22일 첫 교류전을 치렀고 한국 롯데가 3-0, 완승을 거뒀다. 선발 나균안이 3이닝 노히터 무실점을 기록했고 김진욱, 신정락, 윤명준, 문경찬의 불펜진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타선에서는 잭 렉스의 선제 솔로포와 이학주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승리했다.
지바 롯데의 선수단은 2군이라지만 사실상 1.5군급이다. 이날 선발 출장한 선수들의 과거가 화려하다. 1군 타격왕, 도루왕, 20홈런 거포까지 포함되어 있다. 비록 ‘한때’, ‘과거’라는 전제가 붙고 현재 폼 자체가 떨어져 있지만 이들의 커리어는 만만치 않았다. 구단 관계자도 “지바 롯데 2군이라고 하지만 첫 경기 라인업을 살펴봤을 때 1군 선수들이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 1.5군 선수단이랑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교류전 일본 롯데의 선발 라인업은 오기노 타카시(좌익수) 타카베 아키토(지명타자) 가네다 유타(유격수) 무라야마 료스케(지명타자) 이노우에 세이야(1루수) 가쿠나카 가쓰야(중견수) 니시카와 료스케(우익수) 하야미즈 쇼타(2루수) 타니가와 유이토(포수)로 꾸려졌다.
연습경기이기에 지명타자가 2명이나 들어가 있는 등 라인업이 기존과 다르다. 무라야마(126번) 하야미즈(123번) 타니가와(122번) 등 등번호 100번대의 육성선수 신분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이름값과 커리어는 화려했다.
1번 타자 외야수 오기노 타카시(38)는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부상에 신음하다 30대 중반인 2019년에 비로소 꽃을 피웠다. 2019년 125경기 타율 3할1푼5리 160안타 10홈런 46타점 76득점 28도루 OPS .841의 성적을 남겼다. 이 해 타율 3위, 2루타, 3루타 부문 1위, 도루 4위에 올랐고 이 해 일본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21년에도 최다안타(169개)와 도루왕(24도루) 타이틀을 수상했다.
2번 타카베 아키토(26)의 경우 바로 지난해 도루왕 타이틀 홀더이자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3년차인 지난해 137경기 타율 2할7푼4리 148안타 3홈런 38타점 66득점 44도루 OPS .686의 성적을 기록하며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5번 타순의 이노우에 세이야(34)는 2018~2019년, 2년 연속 24홈런을 기록한 거포다. 2018년이 커리어 하이 시즌. 133경기 타율 2할9푼2리 139안타 24홈런 99타점 OPS .880을 기록했다. 2020년 15홈런을 마지막으로 커리어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지만 여전히 한 방에 대한 기대가 있는 타자다.
6번 타순의 가쿠나카 가쓰야(36)의 경우 이날 교류전에 나선 지바 롯데 선수단 가운데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지녔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가쿠나카는 2012년(.312)과 2016년(.339)에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차지했고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나인’ 자리까지 올랐다. 2016년에는 178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아직 2월 말의 연습경기이고 선수 대부분이 정상 컨디션이 아닐 것이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낫다. 또한 과거의 영광과 달콤함을 알기 때문에 이들에게 2군은 영원히 머무를 곳이 아닐 것이다. 2군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부활하고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는 게 목표일 터. 2군이라지만 이러한 동기부여가 가득한 선수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선수들 역시 그동안의 훈련 성과와 결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 승리 이후 “오늘 팀의 준비 과정과 경기력에 매우 만족한다. 1회부터 우리 투수들은 공격적으로 존을 공략했다. 나균안이 3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비 파트에서도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라면서 “개선이 필요한 몇몇 부분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우리의 주요 초점인 득점권 기회를 타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했다. 주루 플레이 또한 굉장히 만족스럽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지바 롯데 2군과 2차 교류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됐고 25일에 다시 열린다. 교류전을 치른 뒤에는 27일 오키나와 본섬으로 이동, KBO리그 구단들과 6차례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