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포수 박동원(33)은 염경엽 감독(55)과 인연이 남다르다. 지난 2013년 염 감독이 넥센(현 키움) 지휘봉을 잡고 감독 커리어를 시작할 때 박동원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왔다. 2013년 스프링캠프 때 염 감독은 일찌감치 박동원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였다.
지난겨울 LG로 FA 이적한 박동원은 새롭게 LG 사령탑에 오른 염 감독과 재회했다.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10년 전처럼 염 감독과 박동원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서 함께 시작하게 됐다.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베이스볼 콤플렉스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동원은 “염 감독님을 7년 만에 만났는데 아쉬운 것이 있다. 제가 생각하는 연습할 때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를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다. 저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지만 염 감독님이 해주신 말을 조금 더 빨리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생각이 같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년 전 처음 함께한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했다. 당시 23살 어린 유망주였던 박동원은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자율이라는 게 무섭다. 5년 전인가 어느 순간부터 제 스스로 티배팅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감독님은 강제로 끌고 가는 것보다 선수들이 스스로 하나라도 더 찾아서 하는 훈련이 좋다고 생각하신다. 그런 선수가 많아지면 팀도 강해진다. 하지 말라고 해도 자기 계발을 위해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박동원은 그걸 몰랐다. “박경완 코치님 같은 레전드 분들에 비하면 제가 그동안 너무 편하게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대 초반에 저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 전에는 여러모로 부족했고, 염 감독님한테 혼도 많이 났다. 너무 어렸고, 잘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욕먹을 짓도 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에 후회된다”는 것이 박동원의 말이다.
2013년 기대 이하 성적을 낸 박동원은 2014년 후반부터 잠재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은 삼성에 2승4패로 패하며 무릎 꿇었고, 박동원은 또 다시 기회가 금방 올 줄 알았다. 2015년부터 풀타임 주전 포수가 된 박동원이지만 염 감독은 2016년을 끝으로 넥센을 떠났고, 2019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에 4전 전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올해 LG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박동원은 3번째 우승 도전 기회를 잡고 싶다. 그는 “우승 기회가 오면 더 잘 잡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려면 페넌트레이스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때마다 1위팀 투수들의 힘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2014년 2위, 2019년 3위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했지만 충분히 쉬고 준비한 1위팀을 당해내지 못한 기억이 생생하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 가까이 흐르면서 LG 줄무늬 유니폼도 꽤나 익숙해졌다. 박동원은 “선수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고 해서 친해졌다. 한 번 이적을 해봐서 그런지 적응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지금은 WBC 대표팀에 간 (김)현수형이 없어서 심심하긴 하다. 목소리가 떠올라 영상 통화를 걸기도 했다”며 웃은 뒤 “포수로서 새로운 투수들의 볼 성질을 파악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며 적응에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