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박세웅(28·롯데)의 동생이 아닌 박세진(26·KT)으로 불리고 싶다. 2016년 1차 지명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박세진이 2023시즌 믿고 쓰는 좌완 불펜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세진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서 KT 1차 지명을 받은 좌완 유망주였다. 그러나 첫 시즌 7경기 2패 평균자책점 5.14를 시작으로 2020시즌까지 5년 동안 20경기 1승 9패 평균자책점 9.14에 그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군보다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많았고, 동기생인 이영하(두산), 최충연(삼성)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박세진은 2021년 1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근무지가 어린이집으로 배정되며 개인훈련 시간이 많았고, 그는 퇴근 후 대구의 한 트레이닝센터로 향해 틈틈이 소집해제 이후를 준비했다. 그 결과 95kg에서 82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소집해제 후 마무리캠프에 합류했을 때 KT 선수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몸이 홀쭉해졌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세진은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3kg을 더 감량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여기서도 밥을 똑같이 먹는데 개인이 아닌 단체 운동을 하다 보니 조금 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살이 더 빠진 것 같다”라며 “사실 처음에는 10kg 정도만 빼려고 했지만 몸이 계속 가벼워지다 보니 조금만 더 빼보자는 생각을 가졌고, 정확히 15kg을 감량했다”라고 전했다.
캠프 준비는 순조롭다. 체중 감량과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졌기 때문이다. 박세진은 “어렸을 때는 캠프에 오면 선배들 눈치를 봤다. 그래서 이번 캠프는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할 것을 확실히 하자는 목표를 세워서 왔다. 지금 목표대로 잘 되고 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박세진은 언제 자신이 15kg 감량한 걸 실감할까. 그는 “일단 몸이 가벼워졌고, 투구와 러닝을 할 때 몸이 무딘 느낌인데 형들은 날렵해보인다고 말한다”라며 “그렇다 보니 컨디션을 조금만 더 올리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박세진은 롯데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친동생이다. 공교롭게도 WBC 대표팀에 승선한 박세웅 또한 투손으로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오며 형제가 같은 곳에서 훈련을 하게 됐다.
박세진은 “형이랑 종종 만나서 밥도 먹고 마트도 같이 간다. 야구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 형이 KT 형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본 것 같더라”라며 “형은 내가 여기서 잘했던 걸 다 놓고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말하는데 지금까지 캠프에서 이렇게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 이를 꾸준히 유지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알을 깨고 나와 박세웅 동생이 아닌 박세진으로 불리고 싶다. 박세진은 “예전에는 형은 잘하는데 난 못하니까 조금 의식이 됐다. 계속 비교되니까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라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형은 형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으로 내 것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 형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좌완투수가 부족한 KT에게 박세진의 복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KT 이강철 감독은 “박세진이 많이 좋아졌다. 생각도 많이 바뀐 모습이다. 엄청 열심히 한다”라고 기대를 드러낸 터. 아울러 박세진은 군에 있으면서 꾸준히 김태한 투수코치에게 투구 영상을 보내며 상태를 체크 받았다고 한다.
박세진은 “형들도 팀에 좌완이 부족하니까 내가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해준다”라며 “팀에 또 다른 좌완투수인 (심)재민이 형도 열심히 하는데 내가 형을 따라잡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지만 함께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1군 정착을 꿈꾸는 박세진에게 끝으로 올해 목표를 물었다. 그는 “올 시즌 계속 1군에 머무르면서 아프지 않는 한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면 무조건 나갈 수 있는 애니콜이 되고 싶다. 올해는 야구를 잘하겠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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