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영건’ 육성에 집중하던 팀이었다. ‘영건’들에게 집착했고 ‘영건’들이 1군에 자리잡기를 바라면서 꾸준히 투입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절한 보호막, 버팀목은 전무했다. 영건들은 과도한 조명을 받았고 때로는 그 기대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곤 했다. 프로선수라면 응당 견뎌내야 하지만 그 무게를 이겨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 롯데 투수진에 베테랑이라고는 1990년생 구승민(33) 정도 뿐이었다. 구승민 역시 경험은 풍부하지만 혼자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영건들이 좀 더 편하게 성장할 수 있게끔 부담되는 상황이나 순간들에 나설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출 수 있는 베테랑 투수들이 더 필요했다.
그동안 선수단 몸집 줄이기에만 골몰했던 롯데였지만 올 겨울은 달랐다. ‘덜어내기’ 뿐만 아니라 ‘더하기’를 하면서 선수단에 경험을 더했다.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한 것 뿐만 아니라 방출선수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윤명준(34), 김상수(35), 신정락(36), 차우찬(36)을 영입했다. 젊음에 경험을 더했다.
이들의 경험은 1673경기에 달한다. 한때는 리그를 주름 잡았던 선수들이다. 차우찬은 통산 112승에 빛나는 국가대표 좌완투수다. 김상수는 2019년 리그 최고 40홀드 홀드왕을 차지한 역사적 선수다. 윤명준은 두산 왕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승조였다. 신정락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 커리어는 뒤쳐질 수 있지만 모범적인 생활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올해 롯데는 최소 5강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윈나우’ 시즌이기에 이들의 경험이 더더욱 필요했다. 차우찬은 어깨 수술 재활로 7월까지 복귀를 지켜봐야 하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젊은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강도 높은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했다. 윤명준과 신정락은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에서도 각각 1이닝을 삭제하면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이들이 있기에 롯데는 더 이상 영건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롯데는 1차 괌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재활군에서 훈련했던 선수들을 모두 귀국시켰다. 김도규, 이민석, 진승현 등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으로 관리가 필요했다. 김도규는 지난 겨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다. 재활군은 아니었지만 최준용도 지난해 잠시 부담을 느꼈던 팔꿈치를 관리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장차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할 투수들.
만약 투수진 뎁스가 확충되지 않았다면 이들이 좀 더 빠르게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투수들과 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서 영입한 베테랑 투수들이 있었기에 이들이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적인 여유를 벌 수 있었다.
베테랑 영입이 팀 성적으로 얼마나 직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베테랑 영입의 효과는 한없이 긍정적이기만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