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외인으로 KT에 입단해 에이스로 성장한 웨스 벤자민(30·KT 위즈)이 한국 야구대표팀을 상대로 그 자격을 입증했다.
벤자민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한국 WBC 야구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하며 아웃카운트 5개를 잡는 위력투를 뽐냈다.
벤자민은 0-0으로 맞선 1회말 마운드에 올라 이정후-나성범 테이블세터를 2루수 땅볼과 2루수 직선타로 돌려보냈다. 이어 김현수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3루수 황재균의 호수비에 힘입어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다.
예정된 투구수를 채우지 못한 벤자민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대표팀 타자를 상대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라 가능한 일이었다.
3아웃 이후의 구위도 위력적이었다. 팀 동료 강백호를 유격수 땅볼, 박병호를 2루수 뜬공 처리하며 한 이닝에 5아웃을 잡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후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투구수(23개)를 모두 채우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타자들이 공이 좋은 투수를 만나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흡족해했다.
벤자민은 경기 후 “아프지 않고 몸 상태가 좋다. 날씨가 꽤 추운데 한국도 3월은 마찬가지다. 다행히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도 이런 모습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며 “오늘 오랜만에 실전에서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더 집중이 됐고 동기 부여가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벤자민은 작년 5월 부상으로 떠난 윌리엄 쿠에바스를 대신해 연봉 33만1000 달러(약 4억 3천만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KT의 교체 결단은 신의 한 수였다. 그가 17경기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하며 대체 외인 성공 신화를 썼기 때문. 17경기 중 11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고, WHIP(1.02), 피안타율(.216) 모두 외인다운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벤자민은 큰 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뽐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깜짝 구원 등판해 KKK 삼진쇼를 펼친 뒤 준플레이오프서 키움을 만나 2차전에서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벤자민은 이에 힘입어 작년 12월 총액 130만 달러(약 16억 원)에 KT와 재계약하며 에이스 타이틀을 획득했다.
에이스가 된 만큼 시즌 준비도 그 어느 때보다 착실히 하고 있다. 벤자민은 “비시즌부터 구속 증가에 중점을 뒀다. 웨이트 무게를 올리고 몸무게도 3kg 정도 찌웠다”라며 “많이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1선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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