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지 5년이 흘렀지만 90도 인사는 잊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 선수가 된 ‘KBO 역수출 신화’ 투수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오랜만에 만난 한국 선수들과 심판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첫 번째 투수로 나선 켈리는 마운드에 오른 뒤 1루 덕아웃의 키움 선수단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눈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날 경기에 나온 KBO 심판들을 향해서도 모자를 벗고 허리를 살짝 굽히는 ‘한국식 인사’를 했다. 지난 2015~2018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을 뛰며 한국 문화에 익숙한 켈리는 5년 만에 만난 KBO 심판들에게 예의를 갖췄다.
5타자를 상대로 15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를 마친 켈리는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다시 한 번 심판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이민호 심판조장과는 웃으며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투구를 마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난 켈리는 “봄에 오키나와나 베로비치를 가면 한국의 심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심판들도 이맘때 KBO 구단 스프링캠프를 돌며 실전 훈련을 하곤 한다.
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식 인사를 잊지 않은 켈리. 그는 “오랜만에 한국 팀을 상대해서 좋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키움의 코치인 박재상은 SK 시절 동료 중 한 명이었다. 그를 다시 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박재상 키움 1군 작전주루코치는 2015~2017년 SK 선수로, 2018년에는 코치로 켈리와 4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켈리는 4년간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하며 애리조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번 WBC 미국 대표팀에도 뽑힌 켈리는 “처음으로 미국을 대표해 야구를 하게 됐다. 정말 흥분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라 영광스럽다. 엄청난 행운이다”며 기뻐했다.
이어 켈리는 “내게 한국은 큰 의미가 있다. 나의 커리어와 인생에 있어 내린 최고의 결정일 것이다. 한국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매우 특별했다. 한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여기 애리조나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며 “WBC 한국 대표팀도 응원한다. 내가 한국에 갔을 때 좋은 친구가 되어준 최정과 김광현을 보고 싶다. 한국은 좋은 팀이고, 마이애미에서 한국 선수들을 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한국 대표팀의 WBC 4강 진출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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