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키움은 오프시즌에 공격적인 전력 보강으로 주목받았다. 11년 만에 외부 FA로 투수 원종현과 외야수 이형종을 영입한 데 이어 새 외국인 투수로 파나마 출신 우완 아리엘 후라도(27)을 신규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서 데려왔다.
188cm 105kg 거구의 우완 강속구 투수 후라도는 파마나 리그에서 좌완 투수로 활약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야구를 시작했다. 파나마 리틀리그 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13살 때 도미니카공화국의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지난 2012년 국제 유망주 계약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2019년에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2경기(122⅓이닝)에서 7승11패1홀드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했다. 6월까지 평균자책점 3.90으로 무너진 텍사스 선발진을 지탱했다.
2020년 뉴욕 메츠로 이적한 후라도는 2021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1년 통째로 재활했다. 지난해 3월 미네소타 트윈스와 마이너 계약한 뒤 6월부터 트리플A에서 14경기(53⅓이닝) 2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54로 어느 정도 반등했지만 빅리그 콜업은 없었고, 올해 키움의 부름을 받아 한국에 왔다. 1996년생 만 27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한국행 도전을 결정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새 시즌을 준비 중인 후라도는 “여러 오퍼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키움이 접촉했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한국은 경쟁력 높은 리그로 여기서 잘하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돌아갈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부터 후라도는 한국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자주 들었다. 지난 2018~2019년 텍사스에서 한국인 외야수 추신수(SSG)와 같이 뛴 영향이 크다. 후라도는 “추신수와 2년간 텍사스에서 같이 뛰었는데 재활 기간 함께하며 좋은 친구 사이가 됐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추신수가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는데 실제로 내가 여기 와서 뛰게 될 줄 몰랐다. 한국에 가면 추신수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웃었다.
키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후라도는 “팀의 우승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다. 캠프 기간에 본 모든 선수들이 인상적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조합으로 보인다. 기본기 위주로 훈련하고 있는 것도 시즌 때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며 “홍원기 감독님과 저녁 식사도 했는데 우승에 대한 열의와 불타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1년차 외국인 최대 100만 달러 연봉을 받은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치지 않고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5년차가 된 에릭 요키시를 비롯해 그동안 제구형 외국인 투수들이 많았던 키움에서 후라도는 보기 드문 구위형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95마일(152.9km)까지 나오지만 주무기는 투심 패스트볼로 땅볼 유도 능력을 갖췄다.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커맨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8개 공을 던진 후라도는 투심(9개), 포심(5개), 커브(2개), 커터, 체인지업(이상 1개) 순으로 구사했다. 포심과 투심 모두 최고 구속 148km. 홍원기 키움 감독은 “연습 때부터 공의 움직임이나 제구를 좋게 봤는데 첫 실전에서도 굉장히 좋게 봤다. 왼손 타자 상대 능력도 있다”며 우승 청부사가 될 후라도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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