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다.”
팀 내 최고참으로 주장을 맡은 한화 투수 정우람(38). 지난 2004년 SK(현 SSG)에서 데뷔한 뒤 어느새 2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 사이 19년간 KBO리그 역대 최다 952경기에 등판하면서 197세이브 137홀드 기록을 쌓았지만 돌아보면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 것 같다.
한화의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정우람은 “그렇게 안 된 것 같은데 20년이 됐다. 몸만 괜찮으면 25년은 해야 하는데…”라며 웃은 뒤 “이제는 1년 1년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보고 훈련한다.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며 야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아직까지 25년을 뛴 선수는 없다. 지난 1991~2013년 포수 박경완, 2001~2023년 외야수 김강민이 23년차로 최다 연차 기록을 갖고 있다.
2004년 만 19세로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할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 “그때 당시 SK에 김기태, 조원우, 김원형, 조웅천, 김민재 등 대단한 베테랑 선배 분들이 많이 계셨다. TV로만 보던 선배들과 같이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보고만 있어도 내가 더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이도 어렸고, 이 힘든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떠올렸다.
첫 해 1군 2경기를 짧게 맛본 정우람은 2005년부터 불펜투수로 1군에 자리 잡았다. 2013~2014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5시즌 연속 40경기 이상 등판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23경기 등판에 그쳐 연속 기록이 끝났지만 KBO리그 역대 최다 952경기로 최초의 투수 1000경기를 넘보고 있다.
빠르면 올해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정우람은 “1000경기 기록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개인보다 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개인적인 것은 마음속에 담아두겠다. 팀 전체가 시즌 끝났을 때 정말 열심히 했다고 각자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시즌이 되길 바라고 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시즌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고참에 주장 완장을 기꺼이 찬 것도 팀 퍼스트 정신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정우람은 “최고참이 뭐가 중요한가. 누가 해서든 팀을 잘 이끌면 되는 것이다. 감독님도 원하시고, 선수들도 원하니 주장을 하는 것이다”며 “아무래도 주장이라 신경써야 할 게 많긴 하지만 투수 조장 (이)태양이나 야수 조장 (채)은성이 같은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 유지에 초점을 둔다.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1군에 100일 넘게 자리를 비우는 공백기가 있었다. 1군 투수가 된 뒤로 이렇게 길게 빠진 적이 없다. 9월 복귀 후 15경기에서 홀드 7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59로 반등한 정우람은 통산 200세이브까지 3개가 남아있지만 “팀의 미래 방향을 봤을 때 이제는 후배들이 마무리를 해야 한다. 내 기록을 위해 마무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작년에 부상도 있었고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그만큼 많이 생각했다. 야구도 잘하고, 주장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