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삼성 원클럽맨이 KT 이적을 결심한 이유. 바로 우승이다. 지난 2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왕조 유격수의 명성을 되찾아 5번째 우승반지를 반드시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적생’ 김상수(33·KT)는 “우승을 하기 위해 KT 이적을 결심했다. 구단의 좋은 대우에 보답하고, 군으로 향한 심우준의 공백을 메워 꼭 목표를 달성하겠다”라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김상수는 지난해 11월 4년 총액 29억 원(계약금 8억, 연봉 15억, 옵션 6억)에 KT와 FA 계약했다. 지난 2019년 첫 FA 때 3년 총액 18억 원에 삼성에 잔류했던 그는 두 번째 FA를 맞아 이보다 더 좋은 대우와 함께 처음 팀을 옮겼다.
미국 캠프가 처음인 김상수는 “준비는 잘 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했는데 금방 적응했다”라며 “KT는 팀 분위기가 자율적이다. 구단이 선수에게 많이 맞춰주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삼성의 경우 (구)자욱이, (강)민호 형 연락해보니 훈련량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난 이런 자율적인 분위기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운동할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서 한다”라고 순조로운 KT 적응을 알렸다.
3주가 넘는 시간을 통해 KT 선수들과도 많은 친분을 쌓았다. 김상수는 “(박)경수 형, (장)성우 형 등 연차가 많은 형들과 먼저 친해졌고, 어린 동생들과도 가까워졌다”라며 “후배들의 경우 내가 데리고 나가서 밥을 사준다. 주로 강민성, 류현인, 손민석 등 내야수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상수는 경북고를 나와 2009년 신인드래프트서 삼성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다. 빠른 프로 적응과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삼성의 통합 4연패에 기여했다. 김상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에서만 무려 14년을 뛴 대구 출신 원클럽맨이다.
왕조 유격수 출신인 김상수는 한동안 2루 수비에 전념했지만 지난 시즌 박진만 감독 부임 후 다시 유격수로 이동해 녹슬지 않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KT에서는 풀타임 유격수로 변신해 군으로 떠난 심우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김상수는 “캠프에서 펑고를 많이 받고 있다. 연습 때 유격수 수비에 큰 문제가 없었고, 아마 실전에서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라며 “팀에서 내게 원하는 부분이 유격수로 많은 경기를 나가는 거라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김태균, 김태한 코치님이 장난스럽게 ‘절대 안 빼준다’고 하시는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좋게 작용하는 느낌이다. 확실하게 말씀을 해주시니 준비 자세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우준이 공백을 메우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특히 수비 쪽에서 우준이가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잘한 걸 알고 있다. 누가 되지 않게끔 빈자리를 잘 메워보겠다. 29억 원이라는 좋은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크다”라고 각오를 덧붙였다.
김상수는 수비와 더불어 공격에서도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0년 타율 3할4리의 기쁨도 잠시 2021년 2할3푼5리, 지난해 2할5푼1리의 부진 속 왕조 유격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부상이 겹치며 72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상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너무 못 쳤는데 그래도 작년 후반기 느낌이 좋았다. 그 부분을 꾸준히 연습 중이며, 김강, 조중근 코치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며 “스윙에도 조금 변화를 줬다. 원래 다운스윙이 심했는데 어퍼스윙 쪽으로 자세를 바꿨다”라고 말했다.
KT 구단과 팬들의 김상수를 향한 기대는 29억 원 그 이상이다. 이강철 감독이 스토브리그서 직접 김상수에 전화를 걸어 진심을 전달했을 정도로 KT는 그가 필요했다. 아울러 팬들은 우승반지 4개에 빛나는 그의 커리어가 KT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김상수는 “사실 삼성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팀을 옮기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KT 팬들이 환영을 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라며 “프로 선수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당연하다. KT에 우승하려고 왔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응원에 보답하겠다”라고 부활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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